유기농,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드신다고요?
입력 2011-11-21 17:36
식품 오염에 의한 건강피해를 막기 위해 유기농 식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는 가운데 유기농이라고 해서 꼭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라 나와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여름 독일에서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장출혈성장염의 원인이 세균에 오염된 유기농 채소를 섭취했기 때문일 것이란 진단이 나온데 이어 미국에서 식품 오염의 90%가 세균이고, 6%가 바이러스, 3%가 화학물질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결과까지 나왔다.
이는 유기농 식품 판매가 급증하면서 세균 등 생물학적 위해요인에 의한 식품 오염이 농약 등 화학물질에 의한 식품 오염 못지않게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국식품안전연구원(원장 이형주) 주최로 최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기농 식품의 안전성’ 세미나에서 소비자시민모임의 김애경 박사가 제안한 올바른 유기농 식품 선택요령을 소개한다.
1. 정부가 공인하는 유기농산물 식품인지 확인하자=친환경 농산물 인증마크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자연식품, 천연식품, 바이오식품 등의 명칭과 혼동해 사용되고 있지만 유기농 식품은 이들과는 다르다.
우리나라의 친환경 농산물 인증제는 ‘유기농산물’ ‘무농약 농산물’ ‘저농약 농산물’ 등 3종류뿐이다. 인증마크 아래에 있는 등급 표시를 확인하면 구분하기 쉽다.
2. 수입 유기가공식품의 인증마크에도 옥석이 있다=독일의 ‘BiO’, 일본의 ‘JAS’, 영국의 ‘SOIL-ASSOCIATION’, 미국의 ‘USDA’ ‘CAAE’ ‘ACO’ ‘IFOAM’ 등 해외 인증을 받은 제품이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
주의할 점은 국산 유기농산물은 반드시 국내 인증을 받아야 유기 표시 및 판매가 가능하지만, 가공용 유기농산물의 경우 국내 인증이 아닌 외국 인증만으로도 유효하고 이를 원료로 만든 가공 식품 역시 유기가공식품으로 표시 및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
따라서 세계적 인증기관의 공식 마크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에서 들여온 고가의 유기농 식품 중 이런 인증 표기를 임의로 부착한 가짜 제품이 적발되기도 했다. 수입 유기가공식품을 살 때는 제품 포장 뒷면에 표시된 원산지가 어디인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3. 유기농 원료를 전부 표기한 제품을 고르자=유기가공식품을 구입할 때는 유기가공식품 인증마크와 유기농 원료의 함량을 꼼꼼히 살펴보고, 가급적 사용 원료를 모두 표기한 것을 선택한다.
유기농 원료를 95% 이상 사용하면 제품명에 ‘유기’ ‘유기농’ ‘유기농 가공식품’ 등으로 표기할 수 있고, 70% 이상 95% 미만일 경우에도 용기와 포장에 ‘유기’ 또는 이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을 때는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운영하는 우수식품정보시스템 홈페이지(www.goodfood.go.kr)에서 유기가공식품 인증 여부를 조회하면 된다.
4. 유기농 채소라도 꼭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먹자=유기농으로 검증된 제품은 방부제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상하거나 벌레가 끓기 쉽고 그만큼 미생물 번식도 빠를 수 있다. 따라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세척해서 먹는 것이 안전하다. 또 한꺼번에 많이 사서 냉장고에 저장해 두지 말고 필요한 만큼 조금씩 구입해 먹는 것이 좋다. 참고로 친환경 계란은 반드시 냉장유통을 통해 보관 및 포장 판매하도록 돼 있다. 육류는 친환경축산물 또는 유기축산물인 ‘우수 축산물 브랜드 인증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5. 유기농인양 과장 판매하는 식품을 피하자=시판 유기가공식품 중에는 친환경 또는 유기농 제품임을 내세워 과장 광고하는 것이 많다. ‘내추럴’ ‘천연’ ‘퓨어’ ‘프리미엄 오가닉’ 등을 눈에 띄게 붙인 가공식품은 가짜 유기농 식품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유기농 식품의 맹목적인 이용과 건강에 좋다는 맹신도 금물이다. 세균 오염 유기농 식품을 섭취한 뒤 감염질환에 걸리는 사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비싼 것이 안전하고 좋지 않겠느냐’는 인식도 잘못된 것이므로 바꿔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합리적인 가격은 필수다. 독일 영양학협회는 자체 조사결과를 근거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식품이 일반 식품보다 영양가 면에서 더 낫다는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