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술 요통치료 ‘허리 주사’ 3회만 받아야
입력 2011-11-22 10:32
김인순(63·여·서울 방이동)씨는 오랫동안 허리가 아파 고생하다가 동갑내기 이웃 이모씨의 소개로 동네 인근 병원에서 속칭 ‘허리 주사’를 맞았다. 이씨도 허리가 아파 고생하다가 허리 주사를 맞은 후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 몇 번의 주사 치료에도 불구하고 영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통증만 더 심해질 뿐이었다.
왜 같은 주사를 맞았는데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씨는 소위 ‘약발’이 잘 듣고, 김씨는 그렇지 않은 탓일까. 답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요통 치료를 위한 주사요법으로 알고 있는 ‘허리 주사’에도 원인 질환과 증상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이 있고, 효과 역시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요통을 일으킨 원인 질환에 따라 달라지는 허리 주사 치료법의 차이점과 효과에 대해서 알아본다.
◇경막외 주사요법=일반적으로 국내 통증클리닉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다. 주로 허리 디스크(추간판탈출증)나 척추관 협착증으로 인한 요통 및 하지 방사통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사용된다.
경막외 주사치료에는 요추의 경막외강(척추 경막 바깥쪽 빈 공간)에 약물을 주입하거나, 꼬리뼈 사이에 있는 신경통로를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이 있다. 시술 및 효과 면에서 두 방법에 큰 차이는 없다.
가장 효과적인 경우는 척추디스크로 인해 신경이 압박을 받고 있거나, 심하지 않은 척추관 협착증에 의한 요통 치료다. 급성 요통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이밖에 척추 수술을 하기에는 조금 부담이 되는 젊은이들에게도 흔히 이 치료법이 우선적으로 추천된다. 시술 방법이 간단하고 척추 뼈를 손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치료법은 신경의 압박이 심할 때는 효과가 없거나, 효과가 있더라도 며칠 못 가는 등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약물을 손상된 신경에 직접 주사하는 치료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는 다른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제일정형외과병원 신규철 원장은 “디스크탈출증은 대부분 신체의 앞쪽으로 발생하는데, 이때도 신경이 눌린 뒤쪽으로 약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경막외 주사치료의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선택적 신경차단술을 이용한 경막외 주사법=이 방법은 손상된 신경부위에 직접 약을 주입하는 방법이다. 경막외강으로는 환부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운 추간공 협착증(옆구리 척추관 협착증)이나 추간공 디스크(옆구리 디스크) 치료 시 이 치료법이 효과적이다.
다만 손상된 신경을 찾기 위해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검사가 필요하고, 치료 시 C-암(arm) 이라는 방사선 영상 촬영기로 약물을 주입할 신경 부위를 조심스럽게 찾아 들어가야 한다는 게 단점이다. 그러나 약물이 돌출된 디스크 쪽에 직접 주입되기 때문에 치료 효과는 좋은 편이다. 약 5분 정도 소요된다.
◇굽은 허리 펴주는 척추 후관절 주사법=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요통 치료에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양측 엉덩이뼈 부위 통증이 심하지만 그 통증이 다리까지는 내려가지 않을 때 많이 쓰인다.
허리 통증으로 인해 걸으면 걸을수록 자기도 모르게 허리가 굽어지는 퇴행성 척추질환에도 효과가 있다. 이 경우 주사치료를 받으면 굽었던 허리가 바로 펴지며, 허리 통증도 사라지게 된다. 이 치료법은 척추 수술에 앞서 진단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시술 중 여러 마디의 척추 부위 중 어느 부위에 문제가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막외 내시경 및 신경 성형술=척추 수술 후 신경이 주위 조직과 유착돼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에 흔히 사용된다.
꼬리뼈 근처에 있는 신경 통로를 통해 가느다란 관이나 내시경을 환부까지 밀어 넣어 신경이 유착된 부위나 신경을 압박하는 부위를 풀어 준 후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방법이다. 역시 손상된 신경을 직접 치료하기 때문에 즉시 통증 해소 효과를 나타낸다.
보통 척추 수술 후 재발성 요통 치료에 사용하지만, 처음부터 수술 대신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시술 방법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건강보험급여도 적용되지 않아 치료비가 비싼 것이 흠. 시술 소요시간은 20∼30분 정도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