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엔 설치작품·버스정류장엔 조각품이… 영천 시골마을, 우아한 갤러리로

입력 2011-11-21 21:53


경북 영천시 화산면의 인접한 세 마을 가상리·귀호리·화산리는 모두 합쳐 1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시골이다. 마을은 안동권씨, 영천이씨, 창녕조씨, 평산신씨, 청주양씨 등 5개 집성촌으로 구성돼 있고, 고택 서원 제실 등 전통문화유산과 정미소 우물 토성 등 근대적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고 대부분 장노년층만 남아 있다.

수백 년간 이어온 전통에도 불구하고 쇠퇴일로를 걷던 이들 마을에 최근 미술작품이 설치되면서 활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해온 ‘마을미술 프로젝트’의 올해 사업 대상으로 영천의 세 마을이 6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됐다. 총 9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프로젝트로 마을 곳곳에 미술 작가들의 작품 45점이 들어섰다.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그동안 한 해 전국 10여곳의 마을에 한두 작품을 설치했으나 마을 전체가 미술관처럼 꾸며진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에는 조성묵 작가가 조각 ‘메신저’를 설치하고, 근처 느티나무 아래에는 최미경 작가가 타일 설치 작품으로 ‘쉼터’를 조성했다.

마을 귀퉁이의 허름한 빈집에는 손몽주 작가가 입체 ‘새장의 새’를 만들고, 마을 안쪽 벽에는 신병기 작가가 벽화를 그렸다. 못 쓰는 마을회관을 개조한 마을사박물관에는 주민들이 대대로 물려받은 가보 등이 진열됐다. 세 마을을 걸어서 한 바퀴 도는 데는 3시간 정도 걸린다. 아트투어 관람객들을 위해 동네 어귀에 자전거 보관소를 두기도 했다.

3개월간의 설치작업이 마무리된 영천 ‘마을미술 프로젝트’는 22일 개막식을 갖는다. 이곳 작업을 이끈 김해곤(47) 2011마을미술프로젝트 총감독은 “주민들이 모두 자기 집안일처럼 여겨 적극 동참한 덕분에 즐겁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달라진 동네 모습에 주민들이 뿌듯해하는 등 활기가 넘친다”고 변화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