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부상 딛고 9년 만에 독주회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 “고국에서의 연주 너무 흥분됩니다”

입력 2011-11-21 19:10

“고국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지금 너무 흥분됩니다. 좋은 연주를 들려드릴 것이고 기대하셔도 좋아요.”

오랫동안 부상에 시달렸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본격적인 복귀를 알렸다. 그는 21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 독주회와 정트리오 공연을 갖고 연주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상 전과 후 (인생관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손 다친 후에는 악기를 완전히 접었으니까요. 50년 동안 바이올린을 하고 녹음을 했던 정경화라는 사람이 (저 말고) 딴 사람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어요. 그땐 지금 내게 주어진 사명이 뭘까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을 많이 했죠. 지금도 옛날 제 연주를 들으면 저 같지 않아요. 지금은 그때보다 성숙한 것 같아요. 하지만 테크닉 면에서 그때처럼 하긴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예전에 가지고 있던 완벽주의는 완전히 변한 것 같아요.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것에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손가락 부상을 입은 정경화가 부득이 연주를 중단한 건 2005년 9월. 그는 키로프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을 협연할 예정이었다. 당시 격렬한 손가락 통증을 느끼면서도 곡만 바꿔 연주를 강행한 정경화는 이후 6년 동안 연주활동을 하지 못했다. 오랜 공백을 깬 건 지난 8월 열린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의 연주다.

“대관령에서 많은 용기를 얻었어요. 치료받으면서 연주했던 데다 오래간만의 무대라 감이 어떨까 했거든요. 역시 저는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나누는 일이 너무 좋아요. 타고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달 19, 21, 25, 26일 인천과 대전, 춘천, 서울에서 잇따라 열리는 이번 연주회는 2002년 이후 9년 만에 열리는 그의 단독 리사이틀 공연이기도 하다. 독주회에 앞선 다음 달 13일에는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남매인 첼리스트 정명화, 서울시립교향악단 정명훈 예술감독과 함께 어머니 이원숙 여사를 추모하는 연주회도 열 예정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