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쓰레기 취급당한 군사기밀과 보안의식

입력 2011-11-21 17:43

전·평시 공군의 작전계획을 담은 2, 3급 군사기밀 문서가 지난해 12월 오인 폐기됐으며, 그 뒤 4∼6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문제의 문건들이 ‘분실’됐음이 인지됐다. 또 그 후에도 몇 개월이 지나서야 기무사령부에 신고됐다. 전면전 같은 비상시에 대비한 최고 군사기밀이 쓰레기 취급을 받은 것도 모자라 몇 달이 지나도록 그것이 없어진 줄도 모르고, 기무사에 즉각 신고도 안 할 정도로 덩달아 쓰레기같이 등한시돼온 군의 보안의식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기무사 조사 결과 드러난 기밀문서 ‘분실’ 경위만 봐도 풀어진 보안의식은 장성부터 영관급 장교와 사병까지 예외가 없었다. 우선 이 문건들을 업무참고용으로 대출받은 당시 공군 작전사령관은 제대로 반납 지시를 내리지 않은 채 집무실에 아무렇게나 방치했다. 이들 비밀문건은 2중 잠금장치가 있는 문서보관함에 보관해야 한다.

또 대령인 전 작전사령관 정책보좌관은 문서를 반납해야 할지, 폐기해야 할지 분간하지 못하고 사령관실 당번병에게 세절을 지시했다. 게다가 보안조치관으로 배치돼 있던 다른 영관급 장교들은 당번병이 폐지 수거차량에 문서를 던져 넣는 것을 보면서도 기밀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방치했다. 당번병은 문서 표지에 2, 3급 기밀이라고 쓰인 것을 보았으면서도 귀찮은 일을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보고하지 않고 그냥 폐기했다. 어쩌면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하나같이 이 모양인지 신기할 정도다.

하긴 군의 보안의식 해이는 새삼스럽지도 않다. 사익을 노린 예비역들의 군사기밀 유출은 말할 것도 없다. 현역 장병들의 군사기밀 유출·분실이 줄을 잇는다. 보도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올 6월까지 115건의 보안사건·사고가 일어났다. 그때마다 각종 대책이 나왔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왜 그런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게 솜방망이 처벌이다. 군사기밀 유출은 ‘반역’이다. 의도적인 것은 물론 실수나 부주의에 의한 것이라도 처벌은 거기에 준해야 한다. 고강도 문책으로 정신이 번쩍 들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