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최효종 vs 강용석

입력 2011-11-21 22:03

개그는 몸 개그와 말 개그로 나뉜다. 몸 개그는 과장된 동작이나 기상천외한 분장으로 웃긴다. 말 개그는 기발 혹은 엉뚱한 표현에 반전 등의 장치를 버무려 웃음 보따리를 푼다. 몸 개그는 심형래나 임하룡, 말 개그는 상상력이 발랄한 전유성이 대표적이다. 두 형태 사이에 우열은 없다.

최근 강용석 의원의 고소로 화제의 중심에 선 최효종은 말 개그 쪽이다. 얼굴은 평범하지만 아이디어는 비범하다. 그가 개그콘서트 ‘독한 것들’에서 선보인 독설은 학부모들의 심리를 파고드는 것이었다. 이후 ‘행복전도사’ ‘트렌드 쇼’에 이어 최근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송을 당한 ‘사마귀 유치원’은 9월말부터 선보인 코너. ‘독한 것들’을 함께 했던 정범균이 군대서 보초 서다 떠올린 아이디어다. ‘사마귀’라는 이름은 유재석의 별명 메뚜기를 연상시키거나 4명의 마귀라는 이중적 의미다. 어린이들의 진학상담역을 맡은 최효종은 정치인, 연예인, 공무원 등이 되는 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꼬고 비틀어 공감을 유도한다.

강용석 의원은 이 중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 출마하면 돼요”라는 부분이 정치인을 집단으로 모욕했다고 봤다. 굳이 특정 개그맨을 겨냥했다기보다 자신에게 적용된 집단모욕죄가 얼마나 억울한지 알리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풍자를 위한 개그와 직접적인 성희롱 발언의 차이는 크다. 그의 발언에 대다수 아나운서들이 모욕감을 느낀 반면 국회의원들은 인격적 가치의 저하로 받아들이지 않은 차이가 있다. 아나운서들은 협회를 통해 집단의사를 표명한 반면 정치인들은 오히려 재밌게 보았다지 않은가.

오히려 점잖은 그룹은 경찰이다. ‘꽃미남 수사대’에서 한심한 형사들을 보여주더니 ‘비상대책위원회’에는 테러가 발생해도 10분 동안 탁상공론이나 벌이는 경찰간부가 풍자대상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김원효가 입고 있는 옷이 구식이라며 새 옷을 제공할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그 코너에는 철없는 대통령도 나온다.

모욕죄는 친고죄다. 본인이 취하하면 소송 절차가 중단된다. 강 의원은 고소를 통해 집단모욕죄의 의미를 충분히 알렸으니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러면 사람들은 강 의원이 잠깐 개그를 패러디한 것으로 여기고, 최효종도 따라 웃을 것이다. 개그는 상대방이 웃음으로써 완성되기 때문이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