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공열 (12) 1984년, 빌리 그레이엄 목사 단상 직접 꾸며

입력 2011-11-21 17:56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150만명을 동원한 1984년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선교대회’는 내게 잊지 못할 대회다. 이 대회 단상을 제작하면서 좋은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후로도 많은 대회 단상을 제작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옥외광고물 업체 대표이사이자 초년병 장로였던 나는 한경직 이영수 강병훈 목사님과 김경래 신홍균 장로님께 100주년대회 무대단상을 제작·시공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다른 업체도 많이 있었겠지만 전국체전과 국가행사를 많이 치른 데다 누구보다도 기독교 100주년 의미를 잘 이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옥외광고물 업계에는 기독교인이 거의 없어 교회행사에 걸맞은 디자인을 제시할 회사가 많지 않았기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제의를 받고 나서 한국교회 역사상 단 한번밖에 없는 대회에 나 같이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이 쓰인다는 사실에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대회 단상의 제작 및 시공을 맡은 나는 철골조를 세우고 모형을 설치한 뒤 그래픽 그림을 그려 단상을 완성했다. 특별히 단상 중앙에 올린 십자가에는 색채와 모양에 신경을 많이 썼다. 십자가는 예수님과 기독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대형 집회에 걸맞게 단상 중앙에는 설교자 50석, 찬양대 1만석, 목사님들이 앉을 자리 1만석이 필요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단상에 올랐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때마침 그해 10월 같은 장소에서 국군의 날 행사가 있어 나는 군 당국의 협조를 얻어 철골조를 사전 설치했고 덕분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이 단상 위에 빌리 그레이엄, 김장환 목사 등 수많은 강사들이 올라 2박3일간 청중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대회를 무사히 마치고 나니 한국교회 연합예배의 무대단상 문의가 물밀 듯이 들어왔다. 86, 88, 98성회, 부활절 연합예배 단상설치 등 다양한 무대를 서울 여의도, 남산, 장충체육관에 설치했다. 부활절 연합예배의 경우는 한 20여년 정도 관여했다. 한 목사님께서는 “대회장은 매번 바뀌지만 계속 무대를 설치하는 최 장로는 그야말로 ‘한국교회 연합예배 무대의 산증인’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대설치 이외에도 한국교회에 내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였던 분야가 또 있다. 평신도 선교사역이 바로 그것이다. 90년부터 알고 지내던 장로님들과 함께 평신도 단체에 가입하게 된 것이 내 선교사역의 첫 출발이다. 나는 평소 선교와 전도가 같은 의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외선교도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받아들였다.

90년도부터 중국, 인도, 몽골 등 17∼18회 정도 해외선교를 다녀왔다. 회사와 교회단체 사역 등으로 현지에서 선교사로 활동하진 않았지만, ‘보내는 선교사’로서 선교지의 기틀을 세우는 역할에 주력했다. 인도의 이기섭 선교사를 지원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기섭 선교사는 내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에서 전국남전도회 회장을 지내 나와도 잘 알고 있는 사이다. 그는 평신도 선교사 1호로 인도에 파송됐는데 그곳에서 많은 일을 해냈다. 이 선교사는 인도에 콜인신학교와 유치원을 세웠고 150여개의 교회를 개척했다. 나는 그를 도와 선교지에서 학교와 교회를 세우는 데 인적·물적 지원을 했는데 올해도 유치원 건축비를 지원하는 등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인연은 현재 활동하는 장애인 사역 가운데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가 각국 장애인단체와 함께 진행하는 공연들이 현지 선교사님들에게 사역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해당국가와의 장애인 문화교류로 한국문화를 알릴 뿐 아니라 지역 전도 및 선교에 기여할 때면 지금 하는 일도 또 다른 선교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