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공동체 희망을 쏜다-(2부) 사회적 기업을 키우자] ② 취약계층 보듬고 일자리 만드는 ‘안심생활’

입력 2011-11-21 21:23


치매·뇌졸중 노인 ‘돌보미’로… 중년여성들 보람찬 새 삶

방문요양 서비스 기관인 사단법인 ‘안심생활’에는 요양보호사 140명이 일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의 가정을 방문해 각종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령화 사회가 급속하게 진전함에 따라 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들도 늘고 있다. 반면에 핵가족화와 여성의 사회참여로 가정 내에서 가족들이 노인들을 돌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노인들이 자택에서 요양보호사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목욕을 시켜주고 간호를 해준다. 안심생활이 그동안 방문요양 서비스를 해준 사람은 올해 11월까지 5만7200명에 달한다.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이 일을 하면서 정말 보람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깨닫고 있어요.”

이귀순(58·여)씨는 이곳에서 3년째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10년간 일했던 이씨는 2008년 지인의 소개로 안심생활과 인연을 맺었다.

별 뜻 없이 일을 시작했지만 거동이 힘든 노인들을 돌보며 그의 삶은 변했다. 베푸는 삶을 통해 받을 때보다 큰 기쁨을 누리게 된 것이다. 이씨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그런지 어른들을 모실 때마다 내 부모님 같았다”면서 “수입을 떠나 이렇게 보람 있는 일을 한다는 게 참 좋다”고 말했다.

이씨는 4년간 일하면서 4명의 어르신과 인연을 맺었다. 김모(79) 할아버지도 그중 한 명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4시간씩 김씨를 돌본다. 식사, 목욕, 집안 정리를 해주고 산책 등 가벼운 운동도 함께 한다. 뇌수술을 받아 말을 못하고 거동도 불편했던 김씨는 이씨의 보살핌으로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

최근 들어 가끔 말을 한다던 김씨가 “내가 죽을 때까지 해줄 수 있느냐”고 입을 열었다. 이씨가 “마지막까지 씻겨 드릴 테니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하자 김씨가 “고맙다”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이씨는 “처음엔 얼굴도 못 알아보시더니 이제는 말씀도 가끔 하시고 내 얘기도 잘 들어 주신다”며 “‘칠갑산’ 노래를 불러드리면 ‘좋다 좋다’라고 하시기도 한다”고 흐뭇해했다.

두 사람은 부산 구서동의 한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이씨는 현관을 나서자마자 할아버지의 목도리를 고쳐 매줬다. 뇌수술을 받아 걷기가 힘든 김씨는 휠체어를 탄 채 휠체어리프트 차량에 올라 근처 공원으로 이동했다. 산책하는 두 사람은 부녀지간처럼 다정해 보였다.

안심생활은 사회취약계층 일자리 창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일자리를 찾던 임실화(55)씨는 요양보호사를 통해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는 “청소나 식당 일을 하는 것 외에 50대 여성이 안정적으로 일할 만한 곳이 없었다”며 “안심생활은 4대 보험도 가입되고 안정적인 데다 전문성까지 키워주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에겐 최고의 일자리인 거 같다”고 말했다.

안심생활은 방문요양 서비스 외에 치매, 뇌졸중, 노인성 질환을 겪고 있는 노인들이 거주하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노인건강센터 3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부산 수영점에는 18명의 노인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 10명의 도움을 받아 일상동작 훈련 등 80여 가지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2층짜리 건물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는 등 각종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다. 센터 앞에는 작은 텃밭이 있어 직접 채소를 기를 수 있도록 했다. 오경욱 센터장은 “어르신들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아주 행복해하신다”면서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집에 가는 것보다 이곳에 계시는 걸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움직이기 힘든 분들을 위해 차량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안심생활의 중요한 일 중 하나다. 현대자동차의 지원으로 휠체어리프트 차량, 침대차 등 18대를 보유하고 있다. 전동침대, 휠체어, 지팡이 등 장애인용품을 대여·판매하는 일도 하고 있다.

부산=글·사진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