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진 서민가계

입력 2011-11-20 19:23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의식주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지갑이 얇아지기 때문이다. 20일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엥겔계수는 22.8%를 기록했다. 이는 2004년 3분기 24.4%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엥겔계수는 전체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로, 일반적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높아진다. 5분위(상위 20%)의 엥겔계수는 12.2%로 1분위와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1분위가 의식주(식료품·비주류음료+의류·신발+외식비+주거·수도·광열)에 지출한 돈은 61만6000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의 절반을 차지했다. 의식주 부담이 클수록 저소득층은 다른 분야의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교육비의 경우 5분위는 1분위(10만1000원)보다 6배가량 많은 60만1000원을 지출했다. 5분위와 1분위 간의 교육비 지출 격차는 앞으로 두 계층 간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간격을 좁히지 못하면 부의 대물림이 고착화되고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소득층의 어려움은 수입물가 상승과 각종 공공요금 인상 등과 맞물려 4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정부가 제시한 4.5%보다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서민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성장동력이 떨어지면 서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기 마련이다.

한국은행은 고물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통화정책 의지를 관철시키고, 정부 차원에서도 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좀 더 구체적인 추가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내년 경제성장률이 기본 전망(3.8%)보다 0.1∼0.3% 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먹고사는 문제에 이념이나 정략이 끼어들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