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건축 시장 무리하게 억누를 때 아니다

입력 2011-11-20 19:25

서울 개포동 개포주공 2·4단지와 개포시영아파트 재건축이 정비구역지정 단계에서 보류됨에 따라 재건축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주택정책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예상된 일이긴 하나 수년간 고대해온 조합원들의 꿈은 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장의 주거 가치보다 미래의 개발이익을 위한 투자가치 성격이 강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 현상은 심할 것이다.

재건축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아파트 소유자에게 이득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전·월세를 전전하는 서민들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재건축이란 이름 아래 번듯한 집을 헐고 다시지어 건설회사와 소유주들이 이익을 나눠 갖기도 했다. 그렇지만 정부의 거듭된 투기 억제와 이익환수 정책 등에 힘입어 재건축이 무조건 남는 장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지금은 안전진단과 정비구역지정에 이어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하고 인가를 받은 뒤 분양 받기까지 시일이 오래 걸리고 임대주택과 소형 평형 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하기 때문에 소유주가 대박을 터뜨리기 어려운 구조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박 시장의 주택정책 철학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재건축에 잇따라 제동을 걸게 되면 재건축 시장 전체가 얼어붙어 경제활성화에도 부작용을 미칠 것은 불문가지다. 주택보급률이 102%라고 하지만 서울은 아직 97%에 불과해 전국에서 주택사정이 가장 열악한 편이다. 집을 사고 싶어도 집이 없기 때문에 더 많이 지어야 한다는 의미다.

행정기관이 과도하게 재건축을 제한할 경우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자기 소유 건물을 주민 의견을 모아 다시 짓겠다는데 공공성만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행정당국과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주택정책은 변수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집을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고 주택경기도 감안해야 한다. 세금 문제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그렇지만 시장이 바뀌었다고 하루 아침에 재건축에 제동을 거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을 무시한 성급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