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회사서’의 날벼락…서울시교육청 “떠나라” 해고 통보

입력 2011-11-20 21:36

서울시교육청이 8년간 유지해온 학교도서관 ‘순회사서’ 제도를 폐지키로 하면서 비정규직 순회사서들이 대거 해고 위기에 놓였다. 순회사서들이 수년간 쌓아온 전문성까지 허비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말 서울시내 초·중·고 학교도서관 전담 사서 배치사업이 완료되면서 순회사서 45명 전원이 2012년 6월 순회사서 사업종료 및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순회사서는 시교육청이 2004년 정독·남산·양천·강서·동대문 도서관 등 서울시내 5개 공공도서관에 학교도서관지원과를 신설하면서 일선 학교도서관의 전담사서를 돕기 위해 만든 제도다.

순회사서들은 서울시내 각 학교를 돌며 학교장이 고용한 전담사서를 도와 장서 목록 정리, 도서관 운영자 교육, 도서관 시스템 활성화 등의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러나 올해 말부터 모든 초·중·고 도서관에 전담 사서가 배치되기 때문에 순회사서가 더 이상 필요없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판단이다.

해고 위기에 몰린 시교육청 소속 계약직 순회사서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모 사서는 “같은 업무를 하면서도 전담사서보다 낮은 보수와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일해 왔다”며 “전담사서가 있어도 순회사서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학교가 많은데 시교육청이 현 학교도서관 실정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모 사서도 “10년 가까이 활동해 온 순회사서들을 하루아침에 어떠한 대책이나 여론조사도 없이 ‘중복 예산’이라는 말 한마디로 단 칼에 자르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처사”라며 “순회사서 사업이 단지 필요할 때 쓰고 버려지게 되어 있는 소모성 사업이냐”고 비판했다.

전담사서가 배치된다고 해서 순회사서의 필요성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시교육청 소속 고척도서관 정정식 관장은 “전담사서와 순회사서가 협업하는 상황에서도 학교도서관 인력이 늘 부족했다”면서 “현재 학교당 1∼2명의 사서 배치로는 도서관 운영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정한 사업 목적으로 채용한 기간제 근로자는 사업이 완료되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며 “대량 해고에 법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에서도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학교혁신과 관계자는 “순회사서제 자체가 중단되면 계약이 해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면서도 “순회사서들의 전문성과 다년간의 경험을 고려해 일부를 다른 도서관 관련 사업에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