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고 나누고… 한·미 FTA 처리 후 여의도 ‘선거’ 향해 새판짠다
입력 2011-11-20 21:1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정국 이후 정치권에 폭풍이 몰아닥칠 분위기다.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겨냥한 ‘빅뱅(대폭발)’ 조짐이 도처에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현재의 기성 정당 질서가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의견을 같이한다.
새판짜기는 야권에서 상대적으로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일 민주당 중심의 ‘중통합파’와 진보정당들의 ‘소통합파’가 서로 경쟁하듯 “통합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나라당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홍준표 대표체제’를 문제삼겠다고 벼르고 있고, 박근혜 전 대표도 12월부터는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런 와중 ‘박근혜 신당’ ‘대(大)중도신당’ ‘안철수 신당’ 등 신당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친노무현계, 시민사회계, 노동계 등이 주도하는 ‘민주진보 통합정당 출범을 위한 연석회의’가 20일 출범됐다.
진보정당들이 빠져 야권 ‘중(中)통합’ 수준에 머물긴 했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가장 큰 야권 세력이 결집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현재로선 내년 대선에서 자력(自力) 당선이 힘들어진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지사 등 야권 잠룡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판을 키운 성격이어서 향후 이들이 정권교체의 바람을 얼마나 일으킬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통합정당이 결국 야권의 구원투수격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받아들이기 위한 ‘둥지’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회에서 열린 첫 연석회의에는 민주당에서 손 대표와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 친노계 혁신과통합 측에서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문 이사장·문성근 백만민란 대표, 노동계에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시민사회계에서 이학영 진보통합시민회의 상임의장·최병모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이부영 민주평화복지포럼 대표 등 각 정파 및 세력을 대표하는 인사 30여명이 참여했다. 이미 참여 의사를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는 부시장과 부지사를 대리 참석시켰다.
손 대표는 “통합은 총선과 대선 승리의 첫걸음으로 오늘은 새 역사를 쓰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우리 민주정당의 역사에서 한국노총과 시민단체가 통합에 함께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내년 집권이 벌써 반은 이뤄졌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1차 회의 결과 발표에서 “지도부 구성 및 공직후보 결정에 민주당 및 시민, 노동, 진보세력을 골고루 참여시킨다는 정신을 반영하고 지역구는 지분 나누기 없이 국민경선을 원칙으로 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 25일 2차 연석회의를 갖고 다음달 17일 통합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그러나 통합정당 탄생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박지원 의원 등 ‘독자 전대파’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23일 예정된 민주당 중앙위원회의에서 통합 작업이 추인될지를 지켜봐야 한다.
또 지도부 구성 방법이나 내년 총선 공천 룰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기존 당원들의 의중을 최대한 많이 반영할 수 있는 룰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혁신과통합 측은 기존 당원보다 일반인 참여 비율을 대폭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초 표방한 대통합이 이뤄져야 내년 총선에서 야권이 유리해지지만 중통합파는 개문발차(開門發車·나중에 탈 수 있도록 차 문을 열고 출발)했고 진보정당들마저 독자적으로 통합을 선언해 버려 대통합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대통합이 끝내 이뤄지지 않거나 적어도 진보정당과의 선거 연합마저 성사되지 못할 경우 이번 통합 자체에 별 의미가 없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손병호 김원철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