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학원 뺨치는 로스쿨 “변호사 합격률 높여라”
입력 2011-11-20 18:43
로스쿨 도입후 첫 시험 코앞… 학교들 천태만상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 졸업생들의 변호사 시험이 44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로스쿨에는 대입을 앞둔 고3 교실과 같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첫 변호사 시험이기에 합격률은 곧 학교의 명예와 직결돼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로스쿨들은 1%라도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조기 종강, 야간 자율학습, 모의고사, 특강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2012년도 제1회 변호사 시험’은 법무부 주관으로 내년 1월 3일부터 7일까지 치러진다.
경북대 로스쿨은 지난주 졸업을 앞둔 3학년생 수업을 모두 마쳤다. 2학기 개강 자체를 당초 9월 1일에서 한 주 앞당긴 데다 학기 중 보충수업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수업시수를 채워 정상적인 종강일인 12월 중순보다 한 달 일찍 수업을 끝냈다. 학생들에게 변호사 시험을 준비할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경북대 로스쿨 권혁재 원장은 20일 “서울에 사는 학생이 많아 조기 종강을 하게 됐다”면서 “남아 있는 학생들을 위해 교수들이 돌아가며 무료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찍 개강한 고려대와 건국대 이화여대 등도 이달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종강할 예정이다.
이화여대 로스쿨은 야간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습 여부를 오전과 오후 두 번 확인해 출석률이 좋은 학생에게 로스쿨 도서관의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할 수 있게 배려했다. 이대는 또 3학년 학생에 한해 자정까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마치 고시학원처럼 매주 모의고사를 보는 대학도 있다. 중앙대 로스쿨은 2학기 개강 후 3학년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변호사 시험 과목인 헌법 행정법 민법 형법 등에 대해 모의고사를 봤다. 연세대 로스쿨도 외부에 모의고사 문제를 의뢰해 주말마다 학생들에게 풀게 했다.
전남대 로스쿨은 교수들이 변호사 시험 대비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일반적인 법이론 설명이 아닌 판례 중심으로 변호사 시험에 대비케 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남대 로스쿨 신창선 원장은 “변호사 시험이 판례 중심으로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를 위해 교수들이 시간을 내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예비 졸업생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1∼2학년생 사이에서는 “학교가 어수선한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방 로스쿨 1학년 이모(28)씨는 “3학년 대부분이 빠진 데다 수업까지 종강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로스쿨 홈페이지 게시판에 ‘검찰 지원과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안내할 내용이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익명의 게시자는 이 글에서 “검찰은 우수 학생을 선발하고자 검찰 리크루팅에 관심 있는 졸업예정자를 비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싶어 한다”면서 “검찰 지원 예정인 학우분들은 기재된 이메일 주소로 인적사항을 보내 달라”고 썼다. 현재 이 글은 지워진 상태로 검찰 관계자는 “검찰 인사부서는 이번 일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