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北도발 1년] 겉으론 꽃게 풍년에 웃음꽃… 속으론 상흔 그대로
입력 2011-11-20 18:55
“국민들의 애정 어린 성금으로 새집을 선물 받게 돼 기쁩니다.”
인천 옹진군 연평면 연평리 369의 8 새집에서 만난 백군식(74·연평노인회장)씨는 20일 “1년 전 4가구 한복판에 포탄이 떨어져 집들이 모두 불타는 것을 지켜볼 때는 안타까웠지만 새집에 입주하고 보니 말할 수 없이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씨처럼 북한의 포격으로 완파된 17가구 주택들은 3.3㎡당 650만원이 투자돼 빨간 벽돌집으로 재탄생했다. 연평도 포격 1주년를 맞아 입주한 주민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표정이 역력했다. 착공이 늦어진 2가구는 12월까지 입주할 예정이다. 부분 파손된 239가구 주택들도 오는 23일까지 보수가 마무리된다.
정부는 피폭 당시 수중에 방치된 어구들을 걷어 올릴 수 있도록 꽃게잡이 어선 선주들에게 각각 22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피해액에는 턱없이 모자랐지만 선원들을 고용해 바다청소를 했다. 그 결과 가을 꽃게는 풍년이 들어 전년 대비 3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연평도에는 꽃게 도매상을 하려고 이주해온 사람들도 있고, 관광객들의 발길도 이어져 민박시설도 크게 늘었다. 포격 이후 군인 자녀 3명과 민간인 자녀 3명이 태어나는 등 경사도 있었다. 군부대 공사 등으로 인부들도 늘면서 연평도 인구는 현재 19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6·25전쟁 당시 황해도 연백에서 연평도로 나와 살고 있다는 최홍철(84·여)씨는 해안가에서 김장용 파를 다듬으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유는 옹진군에서 12월까지 계속되는 일자리 사업으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일할 경우 하루 3만5000원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옹진군은 주민들의 정착을 위해 주민등록 이전 6개월 이상 된 주민 1200명에게 1인당 5만원의 정주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당섬 선착장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피난민으로 살다 다시 섬으로 들어올 때는 막막했는데…”라며 안정된 생활에 대해 말 대신 웃음으로 설명했다. 꽃게를 실은 어선들이 들어올 때마다 선착장 인근 꽃게 작업장에는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면사무소는 방송채널을 군부대 방송과 연결해 유사시 군 방송이 나가도록 방송 매뉴얼을 만들었다. 북한의 포격 이후 지난 8월 10일 발생한 북방한계선(NLL) 포격사건 당시 대피방송을 하지 않았다는 문제를 개선한 조치였다.
하지만 상처 치유와 피해 복구는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다. 연평초등학교 5학년 서정무(11)군은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지난 3월 이사 왔다”며 “친구들이 작년 사건을 이야기할 때마다 무서운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갯벌에서 잡은 낙지 30여 마리를 음식점에 납품하려고 가는 한 60대 남성은 “1주년이 됐지만 좋아진 것을 피부로 느끼긴 어렵다”며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연평해경파출소 뒤 피폭 현장에는 새로 지은 빨간 벽돌집이 있었다. 바로 옆 낡은 집에 사는 고정녀(54·여)씨는 “북한의 포격으로 완파된 집들은 새로 지었지만 그 옆의 파편을 맞은 집들은 누더기가 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고씨의 집은 두 차례 안전진단 뒤 미장공사만 하고 말았다.
오병집 옹진군 부군수는 “연차적으로 노후주택 개량 사업으로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에 피난했을 당시 주민대책위원장을 맡은 최성일(48)씨는 “서해5도 특별법에서 다루기로 한 생필품 운반비 지원 및 대학생 정원 외 입학 등에 대해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약속이행을 촉구했다.
연평도=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