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北도발 1년] 고 서정우 하사·문광욱 일병의 부모들 “지금도 바람소리 나면 잠에서 깨”
입력 2011-11-20 21:21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가슴에 묻은 고(故) 서정우(당시 21세) 하사와 문광욱(당시 19세) 일병의 부모는 1년이 지난 오늘도 쉽게 잠을 청하지 못했다. 두 아들의 빈자리는 지금도 쓰라린 아픔으로 가족의 일상 속에 녹아 있었다.
침대 맡에 문 일병의 사진을 두고 잠을 청한다는 아버지 문영조(49)씨는 20일 “지금도 밖에서 바람소리가 나고 문소리가 나면 잠에서 깨곤 한다”며 “광욱이가 ‘아빠 나 왔어요’라며 들어올 것 같다”고 말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은 문씨를 일주일에 2∼3번씩 대전국립현충원으로 이끈다고 한다. 일주일 내내 현충원을 찾은 적도 있다.
문 일병의 동생 주미(14)양에게도 오빠의 부재는 현재형이다. 주미양은 지난주 수학연습장에 ‘오빠가 있었으면 수학이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을 텐데… 오늘따라 오빠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고 적었다고 한다. 주미양의 글을 본 아버지는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전기설비 관련 일을 하던 문씨는 최근 하던 일을 그만뒀다. 그는 “1주기가 다가오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마음을 다잡고 싶었다”며 “광욱이 생전에 가족여행을 한번도 가지 못한 것이 한이 돼 1주기 행사를 치르고 나면 가족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51)씨에게도 아들을 잃은 아픔을 극복하기에 1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김씨는 “1년이 정말 하루처럼 지났다”며 “지난 8월 13일이 정우 생일이었는데 우리 아들이 왜 여기에 없는지 이해할 수 없어 분노를 삭일 수 없었다”며 서러운 눈물을 쏟아냈다. 김씨는 “면회 한 번 와 달라는 아들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했던 것이 가장 미안하다”며 “제2, 제3의 서정우가 나오지 않도록 북한의 만행과 도발을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문씨와 김씨는 사건 이후 아직까지 아들을 잃은 섬을 찾아가지 못했다. 문씨는 “광욱이 영혼이라도 달래주고 싶어 연평도에 가보려 했지만 자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 역시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두 해병의 가족은 1주기가 끝난 뒤 25∼26일쯤 감정을 추슬러 연평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 16일 연평도 평화공원에는 고귀한 희생으로 연평도를 지켜낸 두 전사자의 부조 흉상이 세워졌다. 가로·세로 80㎝ 정사각형 형태의 흉상은 두 해병의 군 생활 당시 정복 차림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기념식은 23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다. 두 해병의 모교인 충남 천안 단국대와 전북 군산 군장대에서도 같은 날 추모행사가 열린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