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 유럽 집권당 속속 침몰… 이번엔 스페인

입력 2011-11-21 00:21


유럽이 집권당의 무덤이 되고 있다. 고삐가 잡히지 않는 재정위기와 이로 인한 경제 침체가 민심이반을 부르면서 정권교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집권당이 이미 경제위기의 제물이 됐다. 20일(현지시간)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도 집권 사회당을 누르고 야당인 국민당(PP)의 압승이 확실한 상황이라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릐다음은 어디?=현지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이번 스페인 조기 총선에서 국민당 지지율은 46% 수준으로 30%대 초반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사회당을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하원 의석수(350개)로는 국민당이 최대 198석을, 사회당이 120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상대로 야당이 승리하면 스페인은 올 들어 재정위기로 정권이 교체된 다섯 번째 국가가 된다. AFP는 “이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집권 사회당에 대한 심판 의지로 투표 분위기는 매우 뜨거웠다”고 전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스페인 유권자들의 투표는 스페인뿐 아니라 프랑스와 유로존, 유럽 전체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 상황에서 유로존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마저 무너진다면 유로존의 공멸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유로존 위기 앞에서 흔들리는 건 부실 국가의 집권당만이 아니다. 내년 재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회당 대선 후보 지명자인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표의 지지율보다 10% 이상 낮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지지도 역시 하락세다.

릐스페인 앞날은=위기를 겪는 국가들 입장에서 더욱 암담한 것은 새 내각을 구성했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현재 스페인 경제 상황은 국가부도 직전이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7%대를 넘나들고 있다. 전체 실업률은 21.5%, 청년층 실업률은 45.8%로 유럽 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3%에서 0.7%로 하향 조정됐다. 재정적자와 은행부실도 심각한 수준이다.

마리아노 라호이 국민당 대표는 연금·교육·건강보험 분야를 제외한 전 분야에서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날 마드리드 투표장에서 라호이 대표는 “나는 스페인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총리직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AFP는 “야당이 집권하더라도 긴축정책을 펼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만약 시장이 스페인 새 정부가 긴축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판단한다면 미래는 훨씬 더 어두워질 것”이라고 평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