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미FTA 직권상정시 표결 참여할 듯

입력 2011-11-20 18:24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고조되는 가운데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표결 참여 의사를 밝혔다. 때를 맞춰 여당 지도부는 비준동의안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할 만큼 했다’며 강행처리를 시사하고 나섰다. 반면 민주당은 예정된 의원총회도 취소하며 ‘강행처리 반대’ 당론을 고수해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박근혜, “당 지도부 따르겠다”=박 전 대표는 19일 부산 을숙도문화회관에서 열린 ‘포럼부산비전’ 창립 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비준동의안을 두고 직권상정, 표결처리 분위기가 나오는데…”라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지난번 의원총회에서 지도부에 전부 일임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결정을…”이라고 답했다. “당 지도부 결정을 따를 것이냐”는 추가 질의에 “네네”라고 답해 표결 참여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 지도부 분위기는 비준동의안 강행처리로 급속히 기울고 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비준동의안의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문제에 대해 “우리가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밝혔다. 그는 “떡장수 할머니처럼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고 해 계속 떡만 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도대체 알 길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육탄으로 막겠다”=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할 경우 몸으로 막을 채비를 하고 있다. 겉으로는 ‘ISD 재협상 합의서’를 기다리겠다고 하면서도 속으론 정부여당의 양보를 받을 확률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1일 예정됐던 의원총회도 취소했다. 상황 변화가 없어 논의할 게 없다는 이유다.

당내 온건파는 더 입지가 좁아졌다. 김성곤 의원은 “깜깜해질 때까지 깜깜해진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이날 오후 여야 의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FTA가 노무현 정부 때 만들어졌음에도 ‘그때는 몰랐다’는 식의 태도는 정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ISD 재협상 요구와 관련해서도 “ISD 재협상 합의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포괄적 재협상 정도가 돼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마지막 결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상파, “이제 어쩌지…’=비준동의안 합의 처리를 주장해 온 한나라당 협상파 내부에서도 ‘이미 협상은 물 건너갔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주말 동안 민주당 온건파 의원들과 물밑 접촉을 이어 온 홍정욱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몸싸움만은 막아야 한다”며 “합의처리가 불가능하다면 단독 표결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최선의 모양새를 갖출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의처리를 요구하며 8일째 단식 중인 정태근 의원은 “한·미 FTA 처리와 폭력 없는 국회를 만드는 게 ‘두 마리 토끼’ 같지만 사실은 하나”라며 “24일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표결 강행 외에 답이 없는 상황에서 향후 협상파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특히 당내 시각이 곱지 않은 것도 협상파에게는 부담이다.

한 의원은 “자기들은 몸싸움 안 하고 앉아만 있겠다고 하던데 누구는 싸우고 싶어서 하나”라고 꼬집었다.

노용택 김원철 유동근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