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춤 이제 돈내고 가르쳐라”… 안무가들, 권리찾기 나섰다
입력 2011-11-20 19:29
소녀시대·카라·2PM 등 아이돌 그룹의 춤을 놓고 안무가들과 댄스학원이 생존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안무가들은 자신이 만든 아이돌 그룹의 춤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며 저작권료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댄스학원들은 “무리한 요구”라며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대중음악 안무가들은 20일 “안무가 20∼30명이 아이돌 그룹 춤의 저작권을 공동 관리하고 안무가의 이익을 대변할 협회 설립을 준비 중”이라며 “이미 2∼3차례 모임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주에도 모여 ‘안무가저작권협회’(가칭)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걸그룹 티아라, 카라의 안무를 짠 전홍복 팀장은 “아이돌의 춤은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K팝(K-Pop)’의 핵심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그 춤을 만드는 데 투입된 안무가의 노력과 아이디어는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면서 “안무가의 권리를 지키는 모임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법원이 안무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한 게 기폭제가 됐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은 걸그룹 시크릿의 ‘샤이보이’ 춤을 만든 박상현 팀장이 ‘창작한 춤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한 댄스 교습업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48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경제적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안무가들은 가수의 춤을 만든 대가로 제작사로부터 받은 보수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다. 자신들이 만든 춤이 댄스학원 등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돼도 돈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김세창 법제연구팀 팀장은 “안무가들이 자신의 춤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한 이용료를 요구할 수 있으며 가격은 이익 당사자들 간 협의로 책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무가들은 개개인이 법률 대리인을 정해 저작권 침해 업체를 단속하고 저작권료를 받아내는 과정이 번거롭다고 판단해 협회를 설립키로 뜻을 모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 관계자는 “작곡가와 작사가들의 저작권을 관리하고 이용료를 받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같은 신탁단체를 만든 뒤 이용료를 합의하는 쪽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촌·홍대·강남 일대의 댄스학원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댄스학원의 입장에서는 수강료들에게 인기가 가장 높은 아이돌 그룹의 댄스 강좌를 포기할 수 없는 실정이다.
강남의 한 댄스학원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의 춤도 외국 댄스 그룹의 댄스 동작을 엮어 놓은 것이 많다”면서 “비슷한 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안무가들이 저작권료를 주장한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