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최정욱] 괴담과 트위터

입력 2011-11-20 17:51

‘괴담(怪談)’이란 말 그대로 ‘괴상한 이야기’를 뜻한다. 때로는 역사적인 사실이나 경험 등에서 비롯된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허구다. 우리나라에도 과거 조선왕조실록의 ‘암탉이 수탉으로 변했다’는 것부터 구한 말 ‘외국인 선교사들이 유아를 잡아먹었다’는 것까지 다양한 괴담이 생산돼 유포되곤 했다. 과학이 발달한 요즘에도 귀신과 관련된 ‘학교괴담’이나 ‘도시괴담’ 등 황당한 이야기가 꾸준히 전해진다.

최근 이러한 괴담의 진원지로 트위터가 지목됐다. 주로 정부 여당에 의해서다. 트위터란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통해 최대 140자의 짧은 문자메시지를 실시간 배포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특히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국내 이용자 수도 5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트위터를 괴담의 진원지로 보는 측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내년 총선 등 주요 정치적 사안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지난 17일 선거 3일 전부터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선거일 6일 전부터 투표 마감 때까지 여론조사를 공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고 의원은 “여론조사 공표 기간이 늘어난다면 통제불능 상태인 SNS 상의 불확실한 정보 확대를 견제,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트위터는 자정기능을 갖춘 ‘집단지성’의 실험실이 되고 있다. 누군가 잘못된 정보를 올렸다면 500만명의 이용자 중 그 분야를 잘 아는 사람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바로잡아 준다. 또 상습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남발할 경우 친구 목록에서 삭제(언팔로우)되기 십상이다. 최근 국내 모 그룹 총수 사망설을 띄운 한 이용자는 곧바로 사과와 함께 잘못된 정보임을 자인했다.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괴담의 온상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오히려 괴담의 진원지는 정부 여당이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소위 ‘7·4·7’ 공약이 실패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여전히 장밋빛 미래만 남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한 방송에서 “한·미 FTA 발효가 1년 늦어지면 연간 15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영리병원 도입 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 문제점을 숨길수록 의혹은 커지게 된다. 정보와 소통에 목마른 사람들이 트위터로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정욱 차장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