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서울 성석교회] 목자의 ‘사랑 목회’ 성도들의 ‘이웃 돌봄’으로 이어져
입력 2011-11-20 17:55
서울 화곡동 성석교회를 설립한최학곤(74) 목사는 아주 특별한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해왔다. 교회 개척 후 그는 개인 재산과 승용차를 소유하지 않고 있다. 목회자가 먼저 청빈의 본을 보인 것이다. 최 목사는 현재 교회 옥상 사택에 살고 있다.
최 목사는 성도들과 함께 생활하고 대화하면서 교회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목자는 양의 형편을 알고, 양은 목자와 만나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목회자는 종입니다. 오직 성경 말씀만 전하며 목회자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25평 월세로 출발한 교회가 이젠 매주 5000명 넘게 출석하는 곳으로 성장했답니다. 개인 재산을 갖지 않는 것은 제 소신이자 주어진 사명입니다.”
최 목사는 성도들에게 ‘사랑 목사’로 통한다. 그는 17살 때 경기도 양평 용문산에 올라 기도 가운데 주님의 환상을 보았다. 구름 가운데 선명한 십자가를 보았던 것.
“내가 너를 위해 죽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세상이 달라보였다.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이내 아름답게 변해 있었다.
이후 그는 신학교에서도 ‘나 최학곤은 ‘사랑 목사’가 되겠습니다”라고 늘 다짐하곤 했다. 천국을 소망하는 목사라면 청빈하게 살고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최 목사는 목회 기간 “세상은 모르고 오로지 교회만 아는 ‘사랑 목사’가 되자”는 각오를 다졌다.
지난 30여년 그의 신분은 한결같이 성석교회 목사였다. 노회장 등 크고 작은 단체에서 회장이 돼 달라는 제안이 이어졌지만 사양해왔다. 명예 대신 목회에만 전념하겠다는 소신이었다.
그는 그 흔한 성지순례 한번 가지 않았다. 안식년도 쉬지 않았다. 성도들이 건강을 위해 1년 안식년을 권고해 떠났으나 경비가 많이 든다고 2∼3개월만에 돌아왔다. 또 러시아 카자흐스탄 필리핀 등 선교지에 가서도 시내 관광을 하는 것을 거부했다. 비용을 아껴 현지 선교사들에게 선교비를 전달하려는 속내에서다. 가난한 교인들에게 행여 부담을 줄까봐 자신의 직계가족 애경사를 전혀 알리지 않았다.
그는 아직 신용카드를 소지하지 않고 있다. 근검절약하는 삶을 살기 위함이다. 그의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은 항상 교회 사무실에서 관리한다. 최 목사의 이 같은 정신은 약 7년에 한번씩, 4회에 걸쳐 3200여평의 교회와 선교원 건축으로 이어졌다.
“목회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저의 무기는 오직 기도뿐이었어요. 새해 1월 1일이 되면 전 교인이 금식기도를 했고 매년 봄·가을에 40일 연속 부흥회를 개최했답니다. 좋은 양들을 보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목자는 양의 형편을 알고 양은 목자의 음성을 듣습니다. 목회 30년이 온통 감사와 감격으로 점철됐어요.”
최 목사의 ‘사랑 목회’는 성도들에게 그대로 전이됐다. 성도들은 어려운 이웃을 찾아 사랑의 김치 등 음식을 선물하고, 총동원 전도 주일에 위로잔치를 연다.
행사 가운데 반응이 가장 좋은 것은 매월 경로원에 ‘사랑의 쌀’을 전달하는 일이다. 해외선교에도 열심이다. 필리핀 현지 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필리핀 결식아동들에겐 급식을 제공해 오고 있다.
“교회의 사명은 영혼 구원과 함께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노숙인 식사제공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성도들이 김치를 담가 불우이웃들에게 전달합니다.”
성석교회는 매일 지역 주민과 아이들로 북적인다. 영어와 중국어 주일학교와 예배, 농아인 예배, 아기영어학교, 아카데미선교관 등에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2005년 종합예술선교원을 개원해 악기 교실과 태권도선교단, 주산·암산·미술·수화 교실 등을 열며 낙후된 지역사회에 몇 안 되는 문화체육시설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필리핀에 신학교와 성석지교회를 건축, 동남아 선교의 전초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또 중국과 베트남에 지교회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교회는 2009년 성석바울신학교(학장 정성구 목사, 전 총신대 총장)를 설립, 교회 내 성도들에게 성경과 신학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400∼500명 12개팀, ‘SSJ’로 불리는 평신도 전도단은 활발한 전도 열기로 성석교회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동네 골목 어귀에서 펼쳐지는 강냉이, 붕어빵 전도 봉사활동에는 많은 주민이 단골손님이다.
최 목사는 2009년 10월 24일 원로목사로 추대됐다. 그리고 이 교회 출신인 편재영(50)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위임했다. 청빙위원 72명 중 70명, 공동의회 찬성 97%. 깔끔한 후임자 선정이었다. 교회가 책정한 퇴직금 10억원도 받지 않았다.
장로들은 최 목사를 돈과 명예를 가까이하지 않는 ‘천생 성직자’라고 부른다. 그는 이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남은 인생, 교회 이름 성석(聖石=거룩한 돌)처럼 그는 “제살을 뜯어 새끼에게 먹인다는 물고기 ‘가시고기’와 같이 성도들을 아낌없이 섬기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