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필·베를린필·시드니심포니… 오케스트라 大戰 관전평
입력 2011-11-20 17:49
지난 열흘은 그야말로 ‘오케스트라 대전(大戰)’이었다. 모스크바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11일과 13·15일 서울에서 세 차례 공연한 데 이어 15·16일에는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16·17일에는 시드니심포니가 내한 공연을 가졌다. 오케스트라 혹은 협연자의 이름값만으로도 화제를 모으며 관객을 끌어들인 세 오케스트라의 공연 성적표를 열어봤다.
◇모스크바필=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사드코’와 차이코프스키 6번 교향곡 ‘비창’등을 연주했다. 장일범 음악평론가는 “모스크바필의 ‘비창’은 섬세하고 부드러운 해석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관객을 향해 엉덩이춤을 추고 깍듯이 인사하는 지휘자의 소탈한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베를린필=말러 교향곡 9번과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이 메인 프로그램이었다. 베를린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음색은 청중을 압도하기 충분했다. “한국 관객은 ‘침묵의 깊이’를 안다”는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말대로 말러 교향곡 9번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20초간의 침묵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탁월한 ‘말러리안’인 지휘자 래틀이 자기만의 목소리를 냈다”며 “카라얀이나 아바도와는 다른 래틀만의 노선, 긍정적이고 밝은 래틀만의 분위기가 적용된 연주”라고 평했다. 류 평론가는 브루크너 9번 교향곡에 대해 “이 곡에서는 한 음이 다른 음을 간섭하면서 번지는 소리가 중요한데 음향시설이 좋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장 평론가는 “베를린필은 정확한 리듬감, 환상의 화음, 단원들과 화합하는 연주, 현대적이고 밝은 해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시드니심포니=시드니심포니의 첫 내한공연은 오케스트라의 역량보다 스타 협연자들의 연주로 화제였다.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는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 1번을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화려하게 연주해 건재를 과시했다.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 역시 정교한 연주로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오케스트라가 선보인 라흐마니노프 2번 교향곡은 최근 같은 곡을 선보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오케스트라와 비교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목을 받은 것은 피아니스트 키신이다. 류 평론가는 키신에 대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쇼팽의 일가를 이룬 해석”이라며 “마치 음반을 듣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고 평가했다. 장 평론가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이지적이고 철저히 계산된 연주였다면 스케르초 2번은 자유로웠다”고 평가했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