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출연 아이돌, 실력 참 많이 늘었네… 아마추어 티 벗었지만 논란 여전
입력 2011-11-20 17:48
에프엑스의 루나, 제국의아이들의 박형식, 씨야의 보람, 슈퍼주니어 려욱 성민 규현….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인기있는 아이돌 스타’라는 답은 절반만 맞는 말이다. 이들은 한 번 이상 뮤지컬에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해본 경력이 있는 ‘뮤지컬 배우’이기도 하다.
23일부터 개막하는 대작 뮤지컬 ‘페임’에는 샤이니 멤버 은혁과 소녀시대 티파니, 천상지희 멤버 린아와 트랙스 정모 등 아이돌 스타들이 한꺼번에 출연한다. 아이돌 스타들의 뮤지컬 출연은 가요계에서도, 뮤지컬계에서도 이미 ‘대세’로 굳어진 지 오래다.
◇뮤지컬계의 2, 3세대 아이돌=옥주현과 바다 등 뮤지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1세대 아이돌들이나 연예인들과 현세대 아이돌의 다른 점은 ‘준비된 스타’가 많다는 것이다. 대형 가요기획사는 연습생들이 데뷔하기 오래 전부터 뮤지컬 출연에 대비한 교육을 시킨다. 가수 지망생들도 처음부터 선택 가능한 진로 중 하나로 뮤지컬을 적극적으로 고려한다. 가수로서 입지가 약해지거나 커리어 전환기에 들어선 다음 뮤지컬을 선택했던 연예인 선배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당연한 귀결로 아이돌 스타들의 뮤지컬 출연엔 기획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공연기획사와 가요기획사가 제휴하기도 한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스타를 많이 보유한 가요기획사에 A가수를 요청했더니 그 기획사에서 B를 밀었다. 향후 그 기획사와의 관계를 생각해 B를 받아들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로서 이들의 최대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티켓 파워다. JYJ 멤버 김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 공연에선 가격과 상관없이 티켓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일 정도다. 검증된 작품인지 여부는 상관없다. 업계 관계자는 “김준수가 출연하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문의전화가 쇄도한다”며 “‘서서 공연을 관람해도 좋으니 표만 구할 수 있게 해달라’는 팬들이 넘친다”고 말했다. 일반 대중과 스킨십을 갖기 어려운 뮤지컬 배우들에 비해 이들이 연예계에서 쌓은 인지도는 막강한 무기로 작용한다. 또 무대 위에서의 쇼맨십이나 자연스러움 등이 이들의 강점으로 꼽힌다.
◇‘시장 왜곡’ 비판도=이들은 처음부터 주연이나 비중있는 조연급으로 발탁되며, 출연료도 뮤지컬 스타배우들과 동등한 수준에서 시작한다. 역할의 비중이나 출연료는 가수로서의 인지도와 인기에 따라 비례한다. 오디션을 통해 주연으로 발탁된 뮤지컬 배우라 하더라도 신인이면 출연료는 회당 10만∼15만원을 넘기기가 어려운 게 현실. 그에 비해 스타급 아이돌 배우들은 처음부터 수백만원을 받는 일이 흔하다. ‘뮤지컬 배우로 성공하려면 먼저 방송에 나가라’고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실력 없는 가수들이 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도 종종 제기된다. 아무리 뮤지컬 출연에 대비한 교육을 받았다 해도, 밑바닥부터 산전수전 겪으며 성장한 뮤지컬계 스타들과 맞먹는 실력을 갖춘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값비싼 출연료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조용신 뮤지컬평론가는 “무대의 수준과 상관없이 스타들의 이름값만으로 흥행이 결정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뮤지컬 배우 고영빈과 이석준은 최근 방송에 출연, “(아이돌 가수들이) 연습시간도 부족하고 공연 전 몇 회만 하겠다고 주장하는 배우들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이돌 가수들이 유입됨으로써 그들의 팬이 뮤지컬을 접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시장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없지 않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