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조금 높아지면 뭐하나 살인물가에 서민 허리 더 휘는데…

입력 2011-11-18 18:42


주부 김모(39)씨는 요즘 가계부 쓰기가 무섭다. 남편 월급은 지난해보다 8% 정도 올랐는데도 매월 적자를 면치 못해서다. 집 근처 대형마트에 가면 예전에는 10만원이 채 안됐던 장보기 비용이 10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장보는 횟수를 줄여도 보고,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학원비 등을 아껴도 봤지만 적자는 쌓여만 간다. 김씨는 “물가 쇼크라고들 하던데 진짜 1만원 한 장을 들고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 몇 개 없다”며 “앉은 자리에서 돈이 술술 새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국 가구의 가계소득이 늘었지만 물가 급등으로 명목소득과 실질소득(물가 변동이 없는 상태에서 소득으로 명목소득에서 물가 수준을 감안해 보정한 것)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적자가구 비율은 3분기 28.2%로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05년(28.3%)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소비지출 가운데 사회보험(건강보험료 등)과 이자비용 지출 증가율이 12%를 넘어섰다.

통계청은 3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소득이 389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증가했다고 18일 밝혔다. 반면 물가 수준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1.2%, 올해 1분기 -0.9% 등으로 감소했다가 2분기 0.5%, 3분기 1.6% 등으로 소폭 개선에 그쳤다. 특히 명목소득 증가율과 실질소득 증가율의 격차는 지난해 4분기 3.6% 포인트에서 1분기 4.4% 포인트, 2분기 4.2% 포인트, 3분기 4.9% 포인트 등으로 점점 벌어지고 있다.

가계지출은 월평균 319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소비지출은 5.8% 늘었다. 세금, 이자비용 등을 포함한 비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 늘면서 소비지출 증가율을 앞질렀다. 소득세 등 경상조세가 5.6%, 취등록세나 양도세 등 비경상조세가 11.0%, 연금이 9.2% 상승했다. 사회보험은 12.5%, 이자비용은 12.6% 늘었다. 사회보험과 이자비용으로 내는 돈은 가구당 월평균 19만2000원(사회보험 10만2000원, 이자비용 9만원)에 이르렀다.

특히 저소득층의 적자가구가 크게 늘었다. 소득분위별로 1분위 적자가구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7.1%에서 59.3%, 2분위는 28.2%에서 31.8%, 3분위는 20.7%에서 22.5%로 늘었다. 소득 수준이 높은 4분위와 5분위는 적자가구 비중이 각각 17.9%에서 17.7%, 10.6%에서 9.5%로 소폭 주는 데 그쳤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