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후유증 근거 가해자 첫 처벌… 전·현직 ‘도가니 교사·직원’ 14명 입건

입력 2011-11-18 18:31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했다가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던 광주 인화학교 교사 등에 대해 경찰이 성폭행 피해자들의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근거로 사법처리키로 했다.

경찰이 전문의의 의학적 소견과 일관된 진술을 하는 피해자의 심리분석 및 지능검사 결과를 토대로 가해자들을 형사처벌하는 사례는 국내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을 2개월 동안 수사해 온 광주경찰청은 18일 “성폭행과 법인 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교사, 교직원 등 40명 중 14명을 형사입건하고 7명은 시교육청 등에 기관통보, 13명은 내사 종결하기로 했다”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2004년 4월 인화학교 교내에서 원생 A양(당시 17세)의 손발을 테이프로 묶고 성폭행한 뒤 감금한 혐의(강간치상)로 교직원 B씨, 2005년 A양을 강제추행한 뒤 성매매를 제의한 혐의(강제추행치상죄)로 교사 C씨를 각각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A양이 가해자로 지목한 이들 2명은 2006년 수사 땐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고,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경찰은 A양 등 피해자 8명을 지난 6∼12일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입원시켜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에게 진찰받도록 했다. 그 결과 A양 등이 심각한 성폭행 트라우마를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신 교수는 “A양 등은 성폭행 이후 일상생활이 어렵고 혼자서 회복이 안 되는 심각한 상태로 정신과적 약물치료 및 정신과적 상담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냈다.

경찰은 의료진의 진단서가 다음주 중 도착하는 대로 이를 ‘증거’로 B씨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트라우마 전문의사의 정밀진찰 결과가 증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2008년 운동 소홀을 이유로 원생을 상습 폭행한 퇴직교사 D씨와 성폭행 은폐 및 법인의 각종 비리를 주도한 법인 임원 2명, 원생에 대해 영화 ‘도가니’에 등장하는 세탁기 폭행을 한 당시 인화학교 학생 등도 업무상 횡령과 폭력 등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

한편 광주시와 광주시교육청은 이날 “인화학교를 운영하는 우석 법인의 57억원대 재산증여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고 당초 방침대로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 허가 취소 방침을 인화학교와 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 등에 통보했다. 법인이 허가 취소될 경우 우석 측이 소유해 온 인화학교, 기숙시설 인화원을 포함한 건물 4동과 부동산 등 모든 재산은 시로 귀속된다. 우석은 행정소송을 않기로 해 영화 ‘도가니’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인화학교 문제는 사건 발생 6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