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미 FTA 처리 마지막 수싸움] 야 “先예산·後FTA 처리를”

입력 2011-11-18 18:48


여야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마지막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비준동의안 조속 처리를 당론으로 정한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향해 “인내도 한계가 있다”며 행동의 시간이 머지않았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상임위 통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던 박희태 국회의장도 “더 이상 쏠 화살이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 제안을 거절한 민주당을 탓하고 나섰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준동의안 처리보다 재협상이 우선이라며 버티고 있다. 정치적 손익을 따져볼 때 여당 단독강행처리도 꼭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게 야당 판단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해 ‘비준동의 전 재협상’이라는 기존 당론을 재확인하며 강공 드라이브를 이어갔다.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강력 저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18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입장은 (정부가) 국회에 비준동의를 요구하기 전에 FTA를 재협상하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은 폐기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도 재협상 의사를 밝힌 만큼 ISD 폐기를 위한 재협상을 한다는 사실을 양국 장관급 이상이 서명한 문서로 작성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전날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와 관련해 “민주당 요구를 묵살한 동문서답이자 강행처리를 위한 명분쌓기”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대통령이 국회에 와서 책임지고 미국과 재협상하겠다고 했으니, 한나라당은 통상교섭 당국으로 하여금 대통령 의지를 확실하게 실천하도록 서면합의서를 받아오게 하라”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장과 여당 원내대표에게 예산안을 법정 기한인 12월 2일 안에 정상처리하고 FTA는 미국과의 협상 결과를 가지고 논의하자고 했다”면서 “야당이 먼저 법정기한 안에 예산안을 처리하자고 제안한 건 헌정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先) 예산안, 후(後)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주장한 것이다.

강경파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비준동의안 표결에 참여해야 한다는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의 전날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일부 젊은 지자체장들이 잘못된 인식으로 당의 전선에 타격을 줘 우려스럽다”고 비난했다.

이용섭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이 밀어붙일 생각이라면 민주당은 모든 것을 바쳐 ‘나쁜 FTA’의 날치기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의 강경한 입장은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가 야권통합과도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한·미 양국의 장관급 합의서가 나오지 않는 한 기존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이런 가운데 협상파도 계속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 협상파인 김성곤 의원은 SBS 라디오에 출연해 “실력저지라는 건 의회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신중해야 한다”며 “몸싸움이 일어나면 저는 그 가운데서 삼천배를 드리겠다”고 밝혔다. 협상파는 특히 21일 예정된 의총에서 강경 일변도의 현 지도부에 태클을 걸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협상파가 당론을 뒤집을 만큼의 세를 형성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