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한·미 FTA 처리 마지막 수싸움] 여 ‘직권상정 공론화’ 박차

입력 2011-11-18 20:47


한나라당은 18일 박희태 국회의장의 한·미 FTA 비준동의안 직권상정 카드를 공론화하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전날 7시간을 넘긴 마라톤 의총에서 ‘조속 처리’ 당론을 확인한 이후 야당에 대한 공세 고삐를 바짝 죄는 모습이다.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야당의 불법 점거로 회의를 열 수 없는 사정을 박 의장도 알기 때문에 우리 당이 직권상정을 요구하면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 지도부와 의장 사이에 일정부분 공감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7일 의총에서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을 위임받은 황우여 원내대표는 세부 전략에 대해선 함구한 채 민주당 강경파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민주당이 의회 안에서의 원내대표 회담 합의를 번번이 묵살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당론주의가 아니라 의회주의 확립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요구하는 선(先)예산안, 후(後)FTA 비준동의안 처리 제안도 “예산안 처리 시한 내 FTA를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은 21, 23, 29, 30일 외통위 전체회의 일정도 잡아놓았다.

이런 가운데 박 의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더 이상 내놓을 협상 카드도, 중재안도 없다”며 직권상정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는 중국 남송시대 시인 육유의 시 가운데 ‘산중수복 의무로 유암화명 우일촌(山重水複 疑無路 柳暗花明 又一村)’ 구절을 인용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 말은 ‘첩첩산중에 물이 겹겹이라 길이 없을 듯해도 버드나무 흩날리고 꽃이 피어오르는 그곳에 또 다른 마을이 있다’는 뜻이다. 박 의장은 “그동안 우일촌을 믿어왔는데 이번에는 무일촌(無一村)이다. 이게 내 심정”이라고 했다. 그는 또 “어느 국회의장이 합의 처리를 마다하겠느냐”며 “(직권상정이) 좋아서 그 길로 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있었겠죠”라고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을 만들어낸 당사자로서 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한 것에 대해 섭섭함을 쏟아냈다. 법에 재협상을 요구하면 응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왜 법보다 하위에 있는 장관급 서면 동의서를 요구하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박 의장은 “야당 지도부가 제발 김대중 대통령 같은 통 큰 정치인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989년 야당 총수였던 김 전 대통령이 노태우 대통령을 찾아가 중간평가 공약을 포기하도록 설득했던 사례를 들며 “김대중 선생이 그립구나”라는 말도 했다. 꽉 막힌 FTA 정국의 물꼬를 열 수 있는 야당의 ‘통 큰’ 결단이 없는 한 직권상정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김나래 유동근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