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외환銀 매각 명령] ‘웃돈 매각’ 잇속 차리고 짐싸는 론스타…후폭풍 예고
입력 2011-11-18 22:39
론스타가 8년 만에 외환은행과 결별하고 6개월 안에 한국을 떠나게 됐다. 외환은행은 다시 국내 금융자본이 소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론스타가 거둬들인 이익의 적절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단순 매각’ 명령을 밀어붙여 논란이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근거가 없다”는 금융위의 결정에 따라 은행법 개정 필요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8년 만에 먹튀=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 자리에 오른 것은 2003년 10월 주식 51.02%를 취득하면서다. 1998년부터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을 통해 부실채권을 싸게 사들인 뒤 되팔아 짭짤한 수익을 올리던 외국계 사모펀드가 금융 자본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후 외환도피 및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 혐의로 검찰 기소와 재판을 거듭해 오던 론스타는 결국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론스타는 재상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포기했다.
앞서 지난해부터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와 지분 매매 협상을 벌여왔다. 이번 금융위의 지분 강제 매각 명령에 따라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지분 전체를 팔 가능성이 높다. 명령 이행 기간을 은행법상 최장 기한인 6개월로 넉넉하게 받았기 때문에 다른 매수자를 물색할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외환은행은 국내 자본 소유로 돌아갈 여지가 높아졌다.
처분명령 이행기간을 6개월로 정한 데 대해 금융위는 “처분해야 할 주식 수가 워낙 많고 과거 유사 사례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론스타 산업자본 아니다” 재확인=그동안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민주당 등 일부 정치권에서는 론스타에 대해 주식을 장내에 공개 매각토록 하는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금융위는 그러나 “은행법에 구체적 매각 방식이 명시되지 않아 근거가 없다”면서 매각 방식을 특정하지 않았다.
장내 공개 매각을 명령할 경우 2억6500만주에 달하는 주식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오게 돼 주가 하락과 소액주주 피해가 예상된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식 처분 방법보다도 향후 부적격자가 대주주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또 론스타가 일본 내 골프장 관리회사인 PGM홀딩스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라는 정치권 주장에 대해 “도쿄증권거래소를 통해 사실관계 및 공시자료 등을 확인한 결과 PGM홀딩스는 ‘투자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 자회사로 비금융회사가 있는지 여부는 조사 중”이라면서 최종 판단은 미뤘다.
금융위는 그러나 “설사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더라도 추가적인 초과지분 매각 명령을 내리게 될 뿐 2003년의 대주주 승인 자체가 원천무효인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계 반발·학계 우려=외환은행 김기철 노조위원장은 18일 성명을 내고 “징벌적 성격이 가미되지 않은 매각명령은 불법적인 특혜”라며 “총파업을 불사한 전면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소송 등 추가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도 금융위의 단순 매각 명령에 대해 “은행법 규정 취지에 위배되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도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산업자본에 해당됐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복기 연세대 교수 등은 금융위에 “장내 매각 명령이 타당하다”는 법률 검토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17일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서울 여의도 금융위를 찾아 “금융위가 단순 매각명령을 내릴 경우 즉각 국정조사에 착수하고 금융위와 관련된 모든 예산 및 법안 심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황세원 이경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