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5형제’ 박시환·김지형 대법관 6년 임기 마치고 퇴임
입력 2011-11-18 18:09
“통제된 법관으로는 사회발전 기대 못해”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려 했다”
박시환(58) 대법관과 김지형(53)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18일 퇴임했다. 박 대법관과 김 대법관은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 소수자를 대변하는 의견을 많이 내 김영란 이홍훈 전 대법관, 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독수리 5형제’로 불렸다.
박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소수자, 약자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려면 그들의 처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법관 속에 포함돼야 하고, 특히 최고법원을 구성하는 대법관은 반드시 다양한 가치와 입장을 대변하는 분들로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은 사법권의 생명과 같다”며 “법관이 독립해 재판하기 위해서는 법관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이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수나 강자의 입맛에 맞게 통제되는 법관, 순치되는 법관으로는 다수와 소수, 강자와 약자의 이익을 두루 살피고 다양한 가치관에 따른 창조적인 법 해석을 통한 사회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사법부 내 진보와 개혁의 상징이었던 박 대법관은 2002년 1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 조항에 위헌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처음으로 제청하는 등 소수자와 약자를 살핀 판결을 많이 내놓았다. 그는 1993년 제3차 사법파동 당시 서울민사지법 단독판사 회의를 주도해 법관인사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대법원장에게 제출했고, 2003년 8월 관행대로 서열·기수에 따라 대법관 후보제청이 이뤄지자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히고 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소수자 보호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동시에 지나치게 편향된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도 따랐다. 박 대법관은 개업 대신 후학 양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법관도 법관의 독립을 강조했다. 그는 퇴임사에서 “법관의 독립은 생명과 같다”며 “법관의 진정한 독립은 법관이 외로이 법과 정의를 제대로 선언하는 책무를 다할 때 지켜낼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법관으로서 도달하려고 했던 목표는 고통 받는 이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노동법의 대가’인 김 대법관은 노동전담부 재판장을 맡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판례를 다수 남겼다. 또 대법원 산하 노동법실무연구회 회장으로 연구활동도 병행해 지난해 8월 국내 최초의 노동법 주석서인 ‘근로기준법주해’(전 3권)를 펴냈다. 김 대법관도 모교인 원광대 로스쿨에서 후배를 가르칠 계획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