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약속

입력 2011-11-18 18:02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의 공약이 넘쳐난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누구도 공약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공약은 그저 선거용이라는 것을 후보자도 유권자도 모두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이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다음 선거철이 되면 약속을 기억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지키지 못한 공약 때문에 후보들은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심지어 낙선의 위험에 내몰린다. 그래서 거짓 약속을 하면 안 되는 법이다.

교회가 사회 앞에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공적 결의를 통해 뭔가를 실시하기로 했다면 그것은 전체 교인에 대한 약속이며 동시에 교회가 속한 사회에 대한 약속이다. 이것을 어기면 세상은 교회를 양치기 소년처럼 여길 것이다.

금권타락 선거로 국민의 호된 질책을 받았던 한 연합기관이 변화와 자정, 개혁을 약속했다가 몇 달이 안 돼 그걸 번복했다. 부끄럽고 당혹스런 일이다. 좋은 일은 못해도 거짓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최소한 약속한 것을 지키려는 발버둥이라도 쳐야 하는 게 도리다. 그것마저 못한다면 존재 가치는 없어지고 만다. 신뢰해주는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그런 기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달익 목사(서울 서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