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기타 선율에 애잔한 최백호 노래 늦가을 큰 울림… 기타리스트 박주원 2집 ‘슬픔의 피에스타’
입력 2011-11-18 17:36
우리나라에서 서른을 갓 넘긴 기타리스트가 벌써 자신의 두 번째 음반을 내놨다면? 게다가 국내에선 미답지나 다름없던 스패니시 기타 연주를 선보이는 뮤지션이라면?
이런 자문만 던져 봐도 이 연주자의 실력은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실력이 대단치 않고서야 연주곡이 홀대받는 우리나라에서 어찌 이런 이력을 쌓아갈 수 있겠는가.
주인공은 바로 2년 전 현란한 속주가 돋보이는 첫 음반 ‘집시의 시간’으로 대중과 평단의 갈채를 이끌어냈던 기타리스트 박주원(31). 지난 8일 2집 ‘슬픔의 피에스타’를 발표한 그는 1집보다 좀 더 간결하고 차분해진, 그리고 원숙해진 음악으로 음악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최근 서울 망원동에 위치한 소속사 사무실에서 박주원을 만났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쏟아진 격찬, 마니아들의 관심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박주원은 본인의 위치를 “마라톤으로 따지면 출발선을 출발해 경기장 밖을 나가기 전 운동장 트랙을 한 바퀴 돈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신의 음악이 어필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어쿠스틱 음악에 대한 향수가 있었던 것 같아요. 거기에 제 음악은 멜로디나 리듬이 또렷하니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그래서 2집까지도 낼 수 있게 된 게 아닐까요?”
음반에 담긴 10곡 중엔 연주곡 외에도 객원 보컬이 참여해 ‘노래’가 가미된 음악도 2곡 있다. 이 중 1곡은 원로가수 최백호가 참여한 ‘방랑자’. 최백호가 난생 처음으로 남의 음반에 자신의 목소리를 빌려준 곡이기도 하다. ‘장미꽃처럼 너무 뜨겁지는 않아도 나에게도 그런 사랑은 있다’고 노래하는 최백호의 목소리는 박주원의 기타 소리와 어울리면서 듣는 이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
“최백호 선생님한테 노래를 부탁드리려고 하는데, 저의 부탁이 외람된 건 아닌지 겁부터 나는 거예요. 그런데 요청을 드리니 음악도 안 들어보신 상태에서 너무도 흔쾌히 하겠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녹음할 때도 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재밌다’고 하시면서 계속 부르셨어요(웃음).”
박주원은 2009년 1집을 발표하기 전에도 연주자로 이름을 떨치던 뮤지션이었다. 2004년 가수 임재범의 공연에 서면서 본격적인 세션 활동을 시작해 수많은 가수들의 음반에 참여했다. 이소라 윤상 조규찬 성시경 등 숱한 인기가수의 앨범 속지를 펼쳐보면 그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엔 MBC ‘우리들의 일밤-바람에 실려’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세션 활동을 하는 연주자들이 나처럼 자신만의 음반을 내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주원은 다음 달 11일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2집 발매를 기념하는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콘서트에서 지루함이 없는 연주를 보여드리겠다”는 박주원. 그의 공연장을 찾는다면 음반에서 들었던 ‘불꽃 핑거링’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도 있겠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