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론에 매몰돼 흘러간 노래만 부른다”

입력 2011-11-18 17:28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정치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닙니다. 먹고 사는 문제입니다. 국가 경쟁력의 문제입니다. 민족적 감정이나 정략적 의도를 갖고 접근할 일은 결코 아닙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아니다. 야권이 추앙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4월 미국과의 FTA 타결 직후 담화문을 통해 한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매국’이라는 진보진영 일각의 비난에도 FTA를 밀어붙였다. 우리 경제를 더 발전시키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선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진보 정치인들은 공허하게 교조적 이론에 매몰돼서 흘러간 노래만 계속 부르면 안 됩니다. 개방 문제와 관련해서 진보주의자들 주장이 사실로 증명된 것이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한·미 FTA 비준 문제를 놓고 국회에서 생떼를 쓰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내 FTA 반대론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이런 소신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고 있는지 답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한·미 FTA 반대 대열에 동참해 달라는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자기(노무현 정권)가 추진했던 정책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른 입장을 취하면 안 된다”고 했다. 미국과의 FTA는 필요하다는 일관된 견해를 분명하게 피력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의 송영길 인천시장은 민주당이 한·미 FTA를 시작했던 노 전 대통령 세력과 통합을 모색하면서 반(反) FTA를 공통분모로 삼는 것은 자기모순이자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그릇된 길로 빠진 민주당 지도부가 명심해야 할 발언이다.

미국 한인사회에서도 민주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에게 항의서한을 보낸 바 있는 유진철 미주한인회 총연합회 회장은 “노무현 정부 때 미국에서 FTA 지지를 요청했던 사람들이 지금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어 우롱당했다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접고, 국회에서의 협의처리를 모색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