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지현] 어떤 유형의 대화를 하십니까?
입력 2011-11-18 17:29
얼마 전 세계 각국의 고등학교 시간표가 인터넷을 달궜다. 세계 고등학교 시간표를 비교해 본 결과 한국의 고등학생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아 부모와 제대로 대화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부모자녀 간의 대화는 가족관계가 얼마나 건강한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므로 건강한 대화법을 배워야 한다. 부모는 자녀들의 감정을 잘 살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나 간혹 이와 달리 자녀들을 오히려 좌절시키고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부모들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정적인 부모의 유형을 독재자, 설교자, 만물박사, 비방가, 단순위로자 등으로 구분한다.
독재자 유형은 “시끄러워” “입 다물어” “누가 그 따위 소릴 하니”라고 반응하는 유형이다. 이런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는 자기표현에 미숙하고 위축돼 있으며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성장한다. 설교자 유형은 “그런 생각하면 못 쓴다” “네가 잘못했으니까 그런 일을 당했지” 등의 정답과 같은 교훈을 주는 유형을 말한다. 그러면 자녀는 더 이상 부모와 말하기 싫어할 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대해 공연한 죄의식을 갖는다.
만물박사 유형의 부모는 이미 “네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 “다 그런 거란다”라는 식의 태도를 갖는다. 이런 부모 밑에서 성장한 자녀는 표현법을 배우지 못하고 때로는 자신의 감정에 대해 혼돈을 느낀다. 비방가 유형은 “네가 뭐 그런 생각까지 다 하니”라는 식의 놀리는 태도를 갖는다. 그러면 자녀는 무시당한 기분에 분노를 느끼며 점점 말이 없어진다. 단순위로자 유형은 “괜찮아” “곧 괜찮아질 거야” 등과 같이 어린 자녀의 문제를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긴다. 작은 문제도 아이에겐 힘들 수 있다. 자녀는 무력해진다.
서로의 인격이 만나는 대화, 깊은 사랑과 감정의 나눔이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 부모는 먼저 하던 일을 멈추고 자녀에게 주의를 집중하는 효과적인 경청자가 돼야 한다. “응 그랬구나” “많이 속상했겠구나” 등의 ‘구나구나 어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하도록 도와야 한다. 경청하고 공감하는 대화가 이루어졌을 때 자녀는 부모를 신뢰하게 된다.
이지현 종교부 차장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