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품없던 ‘꼬맹이 까마귀’의 은빛 날갯짓… ‘은빛 까마귀’
입력 2011-11-18 18:02
은빛 까마귀/글·그림 마르쿠스 피스터/푸른숲주니어
태몽에 용이 등장하고, 태어날 때는 천둥이 치고, 자랄 때는 장대한 기골에 타고난 영리함으로 십리 밖까지 칭송이 자자했다고 해보자고요. 그런 영웅 탄생 스토리, 김 빠지지 않나요? 진짜 영웅 이야기에는 절대 반전이 빠져서는 안됩니다. 구박받던 고아소년이 세상을 구할 마법사가 되는 정도의 대반전 말입니다.
그러자면 시작은 소박해야겠지요.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영웅 이야기의 비법은 초라한 출발에 있습니다. 절대 영웅이 되지 못할 누군가가 세상을 구원할 힘을 가질 때 사람들은 열광합니다. 극적이어서만은 아니랍니다. 못난 영웅의 시작에서 우리 안의 미운오리 새끼를 보기 때문이지요. 언젠가 빛나는 백조로 변할 내 안의 작은 씨앗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영웅은 가장 영웅 같지 않은 모습으로 시작할 때 가장 극적으로 영웅이 된답니다.
‘은빛 까마귀’가 갖는 매력의 원형질도 ‘우리 안의 미운오리 새끼’인 듯합니다. 듬성듬성 쥐 파먹은 깃털과 작은 몸집의 수줍은 까마귀 ‘꼬맹이’. 친구들은 왜소한 그를 따돌리고 놀아주지 않네요. 속상한 꼬맹이는 열심히 날갯짓을 연습한 끝에 은빛 달까지 날아오르지요. 그건 아주 위험한 시도였습니다. 특히 작고 보잘것없는 꼬맹이에게는 말이에요.
저기 꼬맹이가 달을 향해 날개를 활짝 펼쳤습니다. 날개가 온통 은빛으로 물들었네요. 더불어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우리 모두의 미운오리 새끼도 활짝 백조의 날개를 폈습니다. 공경희 옮김.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