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재건축 무더기 ‘제동’
입력 2011-11-17 15:00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서울 개포동 재건축아파트 단지들의 정비구역 지정안이 무더기로 보류됐다.
부동산 업계에선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한 박 시장의 속도 조절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그러나 통상적인 심의 과정에서 사업안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시는 지난 16일 열린 제19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개포주공 2단지(1841가구), 개포주공 4단지(3129가구), 개포시영(2148가구) 등 아파트 단지 3곳에 대한 주택·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안건을 보류시켰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다른 지역의 재건축·재개발 심의가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 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순환형 정비방식’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다. 순환형 정비방식은 순차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올해 상정된 안건 148건 중 31건만 보류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에 아파트 단지 3곳을 한꺼번에 보류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올해 들어 약세를 보이는 개포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 값이 더욱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6일 취임식에서 “뉴타운 정책에 대한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고 밝혀 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정책 전환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시는 사업 계획안 중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았고, 파급 효과가 큰 지역이기 때문에 한 번 더 검토하자는 차원이라고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시 관계자는 “이런 규모의 사업안이 한 번에 통과되기는 어렵다”면서 “또 인접한 3곳의 지정안이 보류된 것이지 무더기로 보류된 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도시계획위원회는 숲 앞에 고층 아파트가 배치되는 문제, 기부채납 지역 지정 등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아파트 단지마다 천편일률적으로 재건축되는 부분을 개선하고,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 편의시설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이들 안건은 소위원회 회의를 거쳐 본위원회에 재상정될 예정이다. 박 시장 취임 이후 시 도시계획위원장을 맡은 문승국 행정2부시장은 “전임 시장 시절이라도 보류됐을 것”이라면서 “이들 안건은 앞으로 인접지역 정비사업에도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도시계획위원회에는 이들 안건 외에도 제기동 892의 68 일대 제기1 주택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안이 보류됐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