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5역 ‘명배우 시리즈’ 첫 공연 영예… 예술의전당서 막 오르는 1인극 ‘셜리 발렌타인’의 손숙

입력 2011-11-17 20:02


영국 출신 여성 연출가 글렌 월포드는 2005년 배우 손숙을 처음 만났을 때 ‘저기 셜리 발렌타인이 걸어오는구나’고 생각했다고 한다. 손숙의 연기력에 대해 극찬한 것이다. 동명 연극 속 여주인공 이름인 셜리 발렌타인은 집이라는 감옥 속에서 벽과 대화를 나누는 외로운 중년 여인의 표상이다.

18일 막이 오르는 손숙의 1인극 ‘셜리 발렌타인’은 예술의전당이 마련한 연극 기획 ‘명배우 시리즈’의 첫 작품이다. 그러니 손숙은 공식적으로 ‘명배우’라 일컬어진 셈인데, 17일 열린 프레스콜에서도 극의 일부 장면을 시연하며 이름에 걸맞은 연기를 선보였다. “당연히 부담감이 없지는 않죠. 하지만 잊어버리려고 해요. 제가 잘하면 다른 배우들도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요.”

손숙은 1994년과 2005년에도 셜리 발렌타인으로 분한 바 있다. 적어도 한국에선 ‘셜리 발렌타인=손숙’이라는 등식이 통한다. “이번이 3번째 ‘셜리 발렌타인’이에요. 처음에는 열심히 하긴 했지만 역할에 대해선 잘 몰랐어요. 그때는 연출가와도 덜 친해서인지 (연출이) 디테일한 걸 짚지도 않았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친해지는 바람에, 요구하는 게 너무 많아졌어요(웃음).”

큰 틀의 줄거리는 집에만 갇혀 자신을 잃어버린 여인 셜리가 지중해로 여행을 떠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는 얘기다. 손숙은 무려 1인 15역을 맡았다. 셜리와 그녀의 남편, 딸, 아들, 교장선생, 이웃집 여인 등이 모두 손숙의 몫이다. “(공연이 임박한 지금도) 아직 잘 안 되는 역할이 있어요. ‘코스타스’라는 그리스 남자 역할이 잘 안 돼요.” 겸손의 말조차 나머지 역할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 들렸다.

월포드는 “다른 나라 무대에서는 셜리 역을 코미디언들이 주로 연기해 손숙의 연극적인 표현과는 다르다”며 “손숙은 날씬하기도 해 날렵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또 “손숙은 이국적인 모습을 발산하고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내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고 칭찬했다. ‘셜리 발렌타인’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다음 달 4일까지 공연된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