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강남 학원가 가보니… “논술 때문에 왔어요” 지방 수험생 북적

입력 2011-11-17 18:52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쉬워 변별력이 낮아지고 논술 비중이 높아지자 학기 중인데도 서울 학원가를 찾아 논술 준비를 하는 지방 고3 수험생이 늘고 있다. 지방 고교들은 사실상 무단결석이지만 체험학습 등으로 사유를 기재하면 출석으로 인정해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17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지방에서 올라온 고3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수능 직후 대구에서 상경했다는 이모(18)양은 이 지역 한 고시텔에서 생활하며 논술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양은 “수능이 너무 쉽게 출제돼 수시 논술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며 “불안한 마음에 1학기 때 특강을 왔던 학원 선생님에게 연락해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양은 “부모와 함께하는 교외 체험학습으로 출결을 처리했다”고 전했다.

강원도 강릉에서 온 김모(18)군은 “우리 동네에서는 이 정도 실력의 학원을 찾을 수 없어 서울로 왔다”며 “생활비와 학원비가 만만치 않지만 일생에 한 번 있는 대학 입시라고 생각해 대치동 학원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김군도 학교에서 출결을 알아서 처리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김군은 지원대학의 논술시험이 끝나는 20일까지 서울에 머물 예정이다. 대전 부산 제주도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수험생도 많았다. 논술학원에 다니는 수험생들은 “한 반에 10∼20%가 지방학생”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주말 고려대 한양대 한국외대 숙명여대 등의 수시 논술시험이 예정돼 지방 고3 수험생의 ‘서울 러시’가 최고조라는 게 학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논술학원 수강은 교외체험학습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전원 결석처리가 원칙이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는 학부모와 학생의 주장이 워낙 강해 현실적으로 결석 처리하는 것이 힘들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고교 교감은 “서울과 지방을 오갈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이 1주일 정도 서울에서 논술학원을 다니겠다고 하면 말릴 방법이 없다”며 “1학기에 이어 수능 이후에도 논술교육을 하고 있지만 일부 학부모와 학생의 서울 강남 선호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원수강은 체험학습으로 인정할 수 없어 결석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막상 현장에 가보면 일부 학원 외에는 지방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대치동 학원가에 대한 학부모의 환상이 있다”며 “논술교육을 공교육이 빨리 흡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