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너지는 중산층 ‘양극 사회’로… 중간소득층 1970년 65%서 2007년 44%로

입력 2011-11-17 18:45

미국 사회의 소득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중산층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부유층과 빈곤층 거주지가 늘어나는 반면 중간소득층 거주지는 갈수록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러셀세이지재단과 브라운대학이 스탠퍼드대학에 의뢰해 미국의 117개 대도시를 대상으로 주거지별 가구소득 추이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 65%에 달했던 중산층 거주지의 인구가 2007년에는 44%로 줄었다.

같은 기간 부유층이나 빈곤층 거주지의 인구는 15%에서 31%로 증가했다.

이 보고서는 최근 미국에서 소득 불균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결과를 야기할지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런 현상은 무엇보다 미국의 소득구조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을 비롯해 전통적으로 중산층이 종사하는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면서 중산층의 일부가 빈곤층이나 부유층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이러한 추세가 단순한 소득 격차를 넘어 ‘거주지 분리’ 등 심화된 계층 분리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부자들은 준교외(교외보다 도심에서 더 떨어진 주택지역)나 고급 주택단지로 재개발된 지역으로 몰려들고 있는데 중산층 인구는 이런 지역에 거주할 형편이 못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스탠퍼드대의 신 리어던(사회학) 교수는 이 같은 소득 양극화는 빈곤층의 소외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등 다음 세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거주지 분리가 심화되면 빈곤층 아이들은 좋은 학군이나 유치원 등의 복지 혜택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또 배우고 가진 사람들을 롤모델로 삼아야 하는데 그들에 대한 접근 자체가 쉽지 않게 된다.

반면 부자들은 ‘끼리끼리’ 모여 살다 보니 자신들보다 못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학교나 공원, 대중교통수단 등 다수에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이나 투자도 기피하게 된다.

안락한 노후 생활이라는 오랜 ‘아메리칸 드림’도 무너지고 있다. 웰스파고은행이 연소득 2만5000∼9만9999달러의 중간소득층 15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75%가 은퇴한 이후에도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 특히 25%는 적어도 80세까지는 일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하버드대 사회학과 윌리엄 윌슨 교수는 “부의 불균등이 심화되면서 미국 사회가 풍요한 삶을 영위하는 시민들과 그렇지 못한 중간-저소득층으로 나뉘는 ‘양극(two-tiered) 사회’가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