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테리아균 이어 깍두기서 식중독균… 백화점·할인점식품 먹기 겁난다
입력 2011-11-17 18:51
백화점과 대형 할인마트들이 식당가를 확장하는 등 ‘델리 매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정작 식품 관리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함께 대형유통점의 식품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6개 유통점의 36개 델리식품 중 3개 제품에서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됐다. 조사 대상 점포는 서울 경기지역의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27개 점포와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점포 60곳 등 총 87곳이었다.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된 제품은 현대백화점 신촌점 ‘크랩크레페’, 롯데마트 청량리점의 연어초밥, 홈플러스 월드컵점의 연어초밥 등이다. 리스테리아균은 식중독을 유발하는 원인균으로 감염되면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다가 메스꺼움, 구토, 설사와 같은 위장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이들은 식품 보관 온도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이 조사대상 6개 유통업체 점포 중 12곳의 델리식품 매장 냉장진열대 온도를 측정한 결과 백화점의 냉장온도 위반율은 21%, 대형마트는 3%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롯데백화점(33%)의 냉장온도 위반율이 가장 높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델리식품은 별도의 조리과정 없이 바로 섭취하기 때문에 적절한 온도에서 진열·보관해야 한다”며 “조사대상 백화점 3곳 모두와 마트 3곳 중 1곳이 적정온도(10도 이하)를 위반했다”고 말했다.
세균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리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곳도 많았다. 조리실과 식기세척실을 분리하지 않으면 교차오염이 발생하기 쉽다. 조사대상 업체 중 델리식품 매장 주방면적이 가장 좁은 곳은 현대백화점(5.7㎡)으로 나타났고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조사대상 점포 모두 식기세척실을 분리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델리식품이 아닌 일반식품 매장도 관리는 허술했다.
식약청이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위생점검 조사를 실시한 결과 홈플러스에서 PB(자체 브랜드) 상품으로 판매 중인 ‘천일염으로 만들어 아삭하고 시원한 깍두기’ 제품 일부에서 식중독균인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가 검출됐다. 식약청은 해당 제품의 유통과 판매를 금지하고 회수조치에 들어갔다.
식품 보관 시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않은 곳도 상당수 적발됐다. 롯데백화점 일반식품 매장의 냉동식품진열대 적정온도 위반율은 69%에 달했다. 대형 할인마트 중에서는 롯데마트의 적정온도 위반율이 27%로 가장 높았다.
주부 김지연(41·여)씨는 “시장 보러 대형 할인마트에 가면 초밥 등의 델리 식품을 사가 아이들에게 먹일 때가 많았다”며 “저렴하고 맛있어 믿고 샀는데 앞으로는 불안해서 구매가 꺼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