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각장애인 축구장 ‘적절성’ 논란… 방울소리 듣고 경기하는데 소음 심한 공군부대 인근 건립
입력 2011-11-17 18:35
광주시가 전투기 이·착륙 소음이 잦은 광주 공군부대 인근에 시각장애인 전용축구장을 건립해 ‘장애인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특수 제작된 축구공의 방울 소리를 듣고 경기를 해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의 특수한 상황과 인권을 묵살했다는 지적이다.
17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덕흥동 영산강 둔치에 시각장애인 전용축구장인 ‘드림필드’ 신설공사를 벌이고 있다. 1억3000만원의 축구장 건립비용은 히딩크재단이 부담하고 광주시가 부지를 무상 제공했다. 이 축구장은 국제규격의 4분의 1인 1600㎡ 규모로 5인제 방식인 ‘풋살 경기장’과 크기가 비슷하다. 현재 배수관로와 스탠드 공사를 진행 중인 이 경기장은 곧 인조잔디와 펜스 설치공사 등을 마치고 이달 말 완공될 예정이다.
문제는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특수 축구공 속의 방울소리를 좇아 축구를 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전투기의 엔진 굉음이 울리는 동안에는 이 곳에서 경기를 치르기 어렵다는 것이다. 녹색사회연구소가 2005∼2006년 실시한 공군부대 주변 소음 영향평가 결과 영산강 둔치 일대는 대화를 하기 힘들 정도인데다, 장시간 굉음 등에 노출될 경우 청각장애를 입을 만큼 전투기 소음공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이 곳은 광주시가 지난해 2015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신축경기장 입지선정 과정에서 소음 발생을 이유로 다목적체육관 후보지에서 제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시의회 김민종 의원은 “인권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가 예산이 적게 들어간다는 이유로 날마다 전투기 비행 굉음이 요란한 장소에 시각장애인 축구장을 짓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연 체육진흥과장은 “시각장애인협회 등과 입지선정에 관한 구체적 논의를 거쳤다”며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세광학교와 가까운 곳에 입지를 선정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