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와 친분” 내세우는 정치테마株 경계령

입력 2011-11-17 18:35


17일 코스닥시장에서 의료기기업체인 솔고바이오는 1170원으로 마감하며 최근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지난 10일 885원으로 거래를 마친 이후 5거래일 만에 32.2%나 올랐다. 이상 급등을 우려한 한국거래소는 16일 하루 동안 솔고바이오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해 공시했지만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솔고바이오는 특별한 상승 동력이 없다. 3분기 실적으로 보면 주가가 떨어지는 게 자연스럽다. 솔고바이오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영업이익 감소율이 전년 동기 대비 -97.44%나 됐다. 감소율로는 전체 823개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4번째다.

형편없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를 현혹시킨 것은 사진 한 장이었다. 최근 인터넷 주식투자 동호회 등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솔고바이오의 이민화 사외이사가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이 급속히 확산됐다. ‘안철수와 이민화는 10여년 전부터 친분 두터운 관계로 대학 강단에서도 함께하며 이념과 뜻을 같이하는 가장 측근’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었다. 전형적인 주가 띄우기용 게시물이다.

솔고바이오 사례처럼 유명인사와 상장사의 인맥을 강조하는 정치인 테마주는 각종 선거를 앞두고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복지정책과 관련한 박근혜 테마주는 꾸준히 시장의 관심을 얻고 있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박원순·나경원 테마주가 등장하며 여론 변화에 따라 급등락했다. 최근에는 안철수연구소가 이슈에 따라 급등락 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 김성태 시장감시부장은 “올해에는 2007년 대선 당시보다 대선 관련 정치인 테마주가 나타나는 시기가 빨라졌다”며 “현재 60여 종목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치인 테마주의 인기에 근거가 부족하고, 때로는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해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우려된다는 데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여성의류업체 대현이 대표적 사례다. 대현의 주가는 8월 이 회사의 신현균 대표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등산 중 찍었다는 사진이 퍼지며 급등했다. 하지만 사진 속 인물이 신 대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며 주가는 하한가로 돌아섰다. 소문에 의존해 테마주에 ‘몰빵’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큰 낭패를 봤다.

정치인 테마주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급증하자 금융당국은 대대적인 시장 감시에 돌입했다. 김 부장은 “뚜렷한 실적 개선이 없는데도 거래량이 치솟는 테마주들은 불공정거래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으로 집중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도 “유명인사와의 사진을 동원해 주가를 띄우는 사례들에 대해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