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종교계 인사 통해 폭로중단 회유받아”… ‘비망록’ 일부 내용 알려져
입력 2011-11-17 21:25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이 구속되면 공개하겠다고 공언했던 5권의 비망록 중 한 권에 불교계 인사가 폭로를 중단하라고 회유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이 회장이 정권 실세의 로비 창구로 지목된 렌터카업체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42)씨에게 60억원을 건넸다는 주장도 적혀 있다.
이 회장은 최근 작성했다는 A4 용지 20장 분량의 비망록과 녹취록 두 권에서 지난해 12월 자신의 부친 장례식 때 문씨 소개로 온 불교계 인사 A씨가 장례 절차를 도왔다고 썼다. 한동안 연락이 없던 A씨는 이 회장이 지난 9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폭로하자 다시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비망록에는 A씨가 이 회장을 찾아와 “더 이상 폭로하지 마라. 이 회장만 죽는다. SLS 사건은 절대 오픈 못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이 회장이 첫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받던 지난달 19일에는 이 회장 부인이 A씨에게 “문 사장에게 60억원을 줬다”고 하자 A씨가 “(실세에게) 직접 줬나. 문 사장에게 줬으면 99% (실세가) 안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비망록에는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구체적 입증 자료는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문씨가 이 회장을 만나는 자리에 유력 국회의원의 보좌관 박모씨를 자주 동석시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6일 체포한 문씨와 이 회장을 상대로 박씨의 역할 등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문씨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르면 다음 주쯤 박씨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만 이 회장이 정권실세에게 구명 청탁 대가로 거액의 자산을 넘겼다는 내용은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문씨 역시 검찰 조사에서 대영로직스로 SLS그룹 자산이 이전된 것은 이 회장이 주도한 재산 빼돌리기이며 자신은 바지사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노석조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