失言에… FTA 난항에… 리더십 안 먹히는 ‘위기의 네 남자’
입력 2011-11-17 18:32
여야 지도부 4명 모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정치권 이합집산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리더십이 안 먹혀 거취 문제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위기에 몰린 남자는 말실수로 17일 내내 인터넷을 달군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다. ‘이대 계집애’ ‘아구통을 날리겠다’는 등 거친 발언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집권당 대표의 격에 안 어울린다는 비판은 물론 당 위상까지 깎아먹는 형국이다. 당 체질을 획기적으로 바꿔 내년 총·대선을 준비하기도 바쁜 마당에 대표가 계속해서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연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일부 여당 의원은 FTA와 새해 예산안만 처리하면 본격적으로 홍 대표 거취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같은 당 황우여 원내대표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한나라당 출신으로서는 드문 합리적 의회주의자로 평가받으며 FTA 합의 처리를 주장해 왔지만 야당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면서 당내 강경파와 협상파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협상 파트너인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무리한 요구를 계속한다는 지적이 여권 내에서 제기되자 황 원내대표가 그 원인을 제공한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비준동의안이 강행 처리될 경우 그의 리더십도 휘청거릴 공산이 크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FTA 처리와 야권통합 작업에서 모두 진땀을 빼고 있다. FTA 문제에서는 당내 강경파를 대표해 협상파 의원들을 적극 설득하고 있지만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손 대표가 개별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거의 읍소를 하고 있는데도 대표의 영(令)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여권에 의해 비준동의안이 강행 처리돼도, 또 처리되지 못한 채 계속 표류해도 양쪽의 비판을 전부 혼자 뒤집어써야 할 판국이다.
손 대표가 밀어붙이고 있는 야권 통합작업도 당내에서 ‘민주당 선(先) 자체전대론’이 제기되고 대표 사퇴론까지 나오면서 위상이 훼손되고 있다. 단순히 차기 당권주자들의 전대 방식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그동안 잠복돼 있던 민주당 호남계의 ‘손학규 보이콧’이란 성격마저 띠고 있어 향후 대권 가도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표적 협상파인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원내를 책임진 탓에 공개석상에서는 FTA와 관련해 자신의 소신과 정반대의 강경 목소리를 앞장서 내고 있다. 그야말로 ‘자기모순’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특히 협상파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다. ‘협상파’라는 낙인이 차기 총선이나 그가 노려왔던 경기지사 출마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손병호 한장희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