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평사, EU제재에 반격?… 무디스, 獨은행 10곳 신용 강등

입력 2011-11-17 21:30

잠잠하던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다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무디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해결의 열쇠를 쥔 독일의 주(州) 정부 소유 공영은행 10곳에 대한 신용등급을 대폭 강등했다. 피치는 미국 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교롭게도 유럽연합(EU)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 이른바 ‘메이저 3사’에 대한 강력한 규제안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내놓은 조치들이다.

무디스는 16일(현지시간) 독일 7위 은행인 바이에른LB의 신용등급을 A1에서 Baa1로 3단계 내리는 등 공영은행 10곳에 대한 신용등급을 1∼3단계 하향 조정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EU 법률에 따라 지원이 제한돼 있는 데다 독일 정부가 부실은행 정리 대책을 세웠다는 점을 강등 이유로 들었다.

무디스는 “이들 은행은 필요할 때 외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적다”고 덧붙였다. 단 주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시장은 독일 금융 시스템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피치도 미국계 은행들에 쓴소리를 뱉었다. 유로존 부채 위기가 확산되면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였다.

피치는 보고서를 통해 “이탈리아, 그리스 등 남유럽 위기가 역내 다른 국가까지 퍼지면 미 은행들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자본 확충 등에 힘입어 등급 전망이 ‘안정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부정적 영향이 커져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날 뉴욕 증시는 1∼2% 하락, 장을 마쳤다.

한편 독일 국채 대비 10년 만기 프랑스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17일 2.006%로 확대, 유로화 도입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가 커지는 것은 프랑스 국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부도 위험이 높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