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키스’ 실제 이런 날 올까… 베네통 파격광고 논란

입력 2011-11-17 18:27

이탈리아의 세계적 의류업체 베네통이 파격을 넘어 충격적인 광고 사진을 선보였다. 갈등을 겪고 있는 정치·종교 지도자들이 입 맞추는 장면을 합성해 공익광고로 내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베네통은 16일(현지시간) 화해의 메시지를 담은 ‘언헤이트(Unhate)’ 광고를 자사 매장과 언론, 인터넷에 선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광고 사진은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지도자들이 입 맞추는 장면을 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입 맞추는 사진도 있다.

베네통은 “입맞춤은 가장 보편적인 사랑의 상징”이라면서 “정치·종교 지도자들이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캠페인은 자사가 설립한 ‘언헤이트 재단’ 광고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광고는 1979년 실제로 일어났던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구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에리히 호네커 구동독 공산당 서기장의 입맞춤에서 착안된 것이다.

특히 이번 광고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이집트 이슬람사원 알아즈하의 최고지도자인 아메드 모하메드 엘타예브의 합성사진이 포함돼 논란이 확산됐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성부(聖父)의 사진을 상업적 목적으로 조작해 훼손했다”며 발끈했다. 교황청 항의에 베네통은 사과 성명을 발표한 뒤 한 시간 만에 사진을 내렸다. 하지만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르 델라 세라 등 유력 언론 지면과 인터넷에 광고를 계속 싣기로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ZARA와 H&M 같은 경쟁 의류업체의 빠른 성장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베네통이 다시 한번 주목을 끌기 위해 충격적인 광고를 선보였지만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