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민주 강경파도 세몰이… 46명 “기존 당론 고수” 서명
입력 2011-11-17 21:50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FTA 발효 3개월 내 ISD 재협상’ 제안을 거부한 민주당이 후유증으로 흔들리고 있다. 강경파는 의원 46명의 서명을 받아 ‘기존 당론을 고수하라’며 세몰이에 나섰다. 반면 협상파 ‘수장’인 김진표 원내대표는 마지막 반전 카드로 무기명 비밀투표를 제안하며 맞섰다.
17일 오전 10시40분 민주당 정동영 조배숙 최고위원과 이종걸 의원 등이 김 원내대표를 방문했다. 이들은 의원 46명의 서명이 담긴 문건과 함께 “선(先) ISD 폐기, 후(後)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라는 기존 당론을 고수하라”는 요구를 했다. 오전 9시부터 가진 강경파 모임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격앙된 목소리가 문 밖까지 들렸다.
이들은 전날 의총 직후부터 움직였다. 정 최고위원, 이미경 유선호 정범구 의원 등 20여명은 의원회관에 모여 3시간여 대화를 나눴다. “원내대책 범위를 넘어섰으니 원내대표단 협상권을 빼앗아 최고위에 넘기자”는 요구까지 나왔다.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 협상파들이 45명이라 하는데 실체가 없다”며 “민주당에 ‘항복파’가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리기 위해 서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 이종걸 의원 등은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진보 세력은 주권을 지키는데 총궐기해 한·미 FTA 날치기 처리를 반드시 저지해야 한다. 민주당이 앞장설 것”이라며 “제2의 을사늑약은 국민과 역사 앞에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협상파에게 남은 돌파구는 ‘무기명 비밀투표’뿐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 비공개 자리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당론을 정하자’고 제안하며 실무 준비를 지시했다. 강경파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당에 혼선이 빚어졌는데 의총을 한번 더 열어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1일 의총을 열기로 했다.
협상파인 김성곤 의원 역시 라디오에 출연해 무기명 비밀투표를 주장했다. 김 의원은 “기명투표를 하면 마치 한·미 FTA를 찬성하는 사람으로 몰려 사이버 테러를 받는다”며 “자기 양심에 따라 표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기명 비밀투표”라고 말했다.
이처럼 의총 이후에도 당내 갈등이 봉합되지 않는 건 협상파와 강경파의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날 의총에서 택한 당론은 ‘ISD 폐기 또는 유보를 위한 재협상을 즉시 시작하겠다는 장관급 이상의 서면 합의서를 받아오라’였다. 강경파는 ‘즉시 시작’에 방점을 찍고 있고 협상파는 ‘서면 합의서’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협상파 김 의원은 “당론은 사실상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한 이후 폐기를 포함해 모든 문제를 재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여지를 미국에 문건으로 요청한 것”이라며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문서만 받아오면 비준동의안 처리 후 협상을 시작해도 무방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