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에 한계, FTA 조속 처리”… 한나라, 당론으로 결정
입력 2011-11-18 00:33
한나라당은 17일 의원총회를 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방법, 절차는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지도부는 오는 21일 민주당 의총 결과를 지켜본 뒤 다시 의총을 열어 표결처리 시기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입장이 바뀌지 않을 경우 이르면 24일 비준동의안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의총에선 민주당이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한·미 FTA 발효 3개월 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 제안을 거부하면서 문서 합의를 요구한 데 대해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쏟아졌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의 제안을 민주당이 거부한 데 대해 “국민 앞에 부끄럽기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모든 허물은 제가 지겠다”고 말했다. 앞서 황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고뇌와 결단의 시간이 다가왔다”고 했다. 홍준표 대표도 의총에서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폭력 저지하겠다는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의 위협도 이제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비준동의안 단독 처리를 결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한나라당이 표결 처리를 시도할 경우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 예상된다. 다만 한나라당이 “의회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야당과 대화와 협력을 통해 원만히 처리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힌 데다 여야 협상파들이 계속 물밑접촉을 갖고 타협점을 모색하고 있어 극적 타결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양당 원내대표를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는 이제 화살도 다 쏘고 모든 수단을 다 바쳤다”면서 “나로서는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말했다. 박 의장 발언을 놓고 일각에선 비준동의안 직권상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이 대통령도 비준동의안 처리가 계속 미뤄지는 데 대해 “일본과 대만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서둘러 하려 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 대통령은 오전 아세안+3(ASEAN+한·중·일) 정상회의 등 참석차 인도네시아로 출국하기에 앞서 청와대에서 참모들과 다과를 함께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처럼 국내 경제가 어려울 때 한·미 FTA가 살 길”이라며 “FTA가 빨리 되면 젊은 사람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유동근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