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엔 떨어져야 정상인데… 쌀값 ‘이상한 급등’
입력 2011-11-17 17:59
수확기에는 떨어져야 정상인 산지 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해 쌀 생산량이 31년 만에 최저인 422만t에 그치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급 균형수준이라고 얘기하지만 시장에서는 빠듯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햅쌀 출하가 계속 늦춰지고, 일부 유통업자가 사재기를 한다면 가격 불안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11월 쌀값 8년 만에 최고=통계청은 올해 쌀 생산량이 422만4000t으로 지난 9월 예측치(421만6000t)보다 8000t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생산량(429만5000t)보다 5만1000t이 감소한 수치다.
올 햅쌀 생산량은 냉해로 대흉작을 기록했던 1980년 실적치(355만t) 이후 가장 적다. 대풍년이었던 2001년(551만5000t)의 76.6%에 불과하다.
해마다 남아돌아 골치였던 쌀이 당장 내년부터 수급이 불안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산지 쌀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햅쌀이 나오는 수확기에는 쌀값이 떨어지는데 거꾸로 가격이 상승하는 기현상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산지 평균 쌀값(80㎏ 기준)은 16만5132원으로 지난달 25일 16만4232원보다 900원 올랐다. 2004년 16만5000원 이후 11월 쌀값으로는 8년 만에 최고가다. 지난해 11월 산지 쌀값은 14만1000∼14만2000원 수준이었다.
쌀값 상승의 이면에는 지난해 흉작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쌀값은 2010년산 쌀 부족현상이 불거지면서 지난 4∼5월부터 올랐다. 여기에 심리적 요인까지 가세하고 있다. 햅쌀 생산량이 줄고 쌀값이 오르자 추가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퍼져 있다. 농민들이 쌀 출하를 계속 늦추거나 일부 유통업자가 사재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급에 문제없나=정부는 올해 생산량을 ‘균형수급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별도 쌀 수급 안정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 쌀 생산량이 민간의 햅쌀 수요량 404만t보다 18만t 정도 많아 수급에 여유가 있다고 본다.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외국산 쌀도 해마다 2만t씩 늘어 올해 34만7600t, 내년 36만8000t이 들어오기 때문에 안정적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다 농식품부는 1인당 쌀 소비량이 매년 1.2㎏씩 줄어 올해 71.4㎏에서 내년에는 70㎏에 이르러 실제 밥쌀용 수요가 6만t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식품부 김현수 식량정책관은 “올 연말 정부 비축쌀이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권고량인 72만t보다 훨씬 많은 84만t에 이를 전망이라 비상시 공급할 쌀도 충분하다”며 “산지 쌀값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수급 상황이 안정되면 예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급에 문제가 없더라도 현재 가격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농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계속 오를 수도 있고, 농민들이 뒤늦게 햅쌀 출하를 하면서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다”며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출하를 독려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