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정관] 스마트 그리드에 관심을
입력 2011-11-17 17:54
지난 9월 15일의 대규모 정전사태로 국민은 큰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지금 40∼50대 이상의 중년들에게는 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예고 없는 정전이 일상에서 그리 낯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전력산업 역시 꾸준히 성장해 한국 사회에서 전기는 부족함 없이 언제든 사용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한국이 비록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빈국이기는 하나 적어도 전력 분야는 기술이나 공급 수준면에서 강국의 반열에 서있다. 하지만 최근 전력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전력 사용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수요 예측이 어려워지고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사용유형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전력수요는 시시각각 변하므로 그에 따른 전력공급비용도 순간순간 다르다. 수요가 적은 밤 시간대에는 값싼 원자력과 석탄만으로 발전해서 공급해 비용이 적게 들지만, 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에는 값비싼 가스발전이 가동돼 비용이 높다. 정보통신기술과 전력망을 결합시킨 스마트그리드는 이러한 수요 차이를 균등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수행해 전력을 안정되고 값싸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
스마트그리드는 또 풍력, 태양광 같은 친환경적 신재생 에너지를 기술적 측면에서 대규모로 사용 가능하게 함으로써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미래형 에너지 공급체계를 앞당겨 준다. 곧 고갈될 석유를 이용하는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지속 가능한 자동차수송도 가능케 한다.
2009년 7월 이탈리아에서 개최된 선진 8개국(G8) 확대 정상회의에서 스마트그리드는 21세기를 바꾸는 7개 기술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우리나라는 스마트그리드 기술 선도국가로 선정됐다. 이는 우리의 IT기술과 전력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며 우리 정부와 기업의 그간의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은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세계 최초로 국가 단위의 스마트그리드를 2030년까지 완성하겠다는 국가 로드맵을 발표하고 제주도에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를 구축했으며, ‘지능형전력망구축이용법률’도 제정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스마트그리드가 미래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인도하는 열쇠인 동시에 미래성장동력 산업으로 발전 가능한 대표적인 차세대 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스마트그리드 기술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스마트그리드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제2회 스마트그리드 위크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다시는 9·15 정전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마트그리드에 관한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가 절실히 필요하다.
김정관 지식경제부 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