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천재 자폐소녀가 그린 것은?

입력 2011-11-17 18:07


독립영화 ‘다슬이’는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자폐 소녀의 이야기다.

경북 울진의 바닷가 마을에서 어물장사를 하는 할머니, 나이트클럽 웨이터인 삼촌과 함께 사는 다슬이는 특별한 아이다. 시간만 나면 동네를 싸돌아다니며 벽이란 벽에는 죄다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린다. 아홉 살짜리가 그린 거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답지만 동네 사람들에게는 그저 낙서로만 보일 뿐이다. 말도 못하는 다슬이는 목에 늘 쌍안경을 걸고 다닌다. 밥을 우유에 말아서 먹고, 심사가 뒤틀리면 밥상을 뒤엎거나 할머니를 마구 때리며 외마디 소리만 고래고래 지른다.

다슬이는 자폐증의 일종인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다슬이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할머니와 삼촌은 다슬이의 괴이한 행동들을 말없이 받아주며 사랑으로 감싼다.

TV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눈사람을 본 다슬이는 마을에 눈이 내리자 밖으로 나가 눈사람을 만든다. 눈사람은 자신의 마음속에만 갇혀 지내온 다슬이의 유일한 친구다. 눈사람 친구가 생긴 후 다슬이는 크레파스 대신 검정색 페인트통과 붓을 들고 동네를 누비며 다시 그림을 그린다. ‘미술 천재’ 다슬이가 그린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영화는 관객들에게 얄팍한 동정심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다슬이의 동선과 시선을 담담하게 따라가며 그 아이의 행동과 주변을 보여준다.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지만 의외로 결말은 슬프고 그래서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다슬이로 분해 자폐 소녀의 행동과 심리를 잘 표현해 낸 아역배우 유해정(11)양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해정이는 같은 학년 학생이 아홉 명뿐인 경기도 파주 시골의 한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데 열 살때인 지난해 초 이 영화를 찍었다.

지난 11일 폐막한 제12회 장애인영화제(PDFF)에서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오는 24일 개봉된다. 상영시간 86분이며 전체 관람가.

라동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