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프로그램=슈스케’ 공식 굳히기 3연타 성공
입력 2011-11-18 00:47
지난 8월 12일 밤 11시. Mnet ‘슈퍼스타K3(슈스케3)’ 첫 방송은 고(故) 김광석의 ‘나의 노래’ 가사 한 토막이 자막으로 나오면서 시작됐다. ‘흔들리고 넘어져도 나는 부르리 나의 노래를.’
이어진 10분 분량의 오프닝 영상은 보는 이를 압도했다. 전작이 거둔 혁혁한 성과들. 슈스케3에 참가하려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만 명의 군중들…. 당시 방송을 본 사람 대부분은 느꼈을 것이다. 제작진이 갖는 자부심과 사명감, 그리고 장인정신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이들의 노력을(제작진 20여명은 10분짜리 이 영상을 만들기 위해 무려 4개월을 매달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오프닝 영상이 전부가 아니었다. 원조는 역시 원조였다. 제작진은 지난 11일 펼쳐진 결승전 무대까지 3개월 간 ‘대한민국 최고의 쇼’라고 명명해도 손색없을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흔들리고 넘어져도’ 노래의 꿈을 좇는 청춘의 모습들을 절절하게 담아냈고, 비교 불가능한 스케일로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들을 초라하게 만들어버렸다.
슈스케3가 끝나고 닷새가 흐른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를 찾아 슈스케를 연출해온 김용범(36) 책임 프로듀서(CP)를 만났다. 김 CP는 슈스케 시즌1∼3 연출을 도맡은 ‘슈스케 신화’의 주인공. 방송이 끝난 지금, 그의 얼굴엔 글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뿌듯함이 스며 있었다.
-첫 방송 전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라이벌 (프로그램)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슈스케 시즌1과 시즌2라고 답했다. 슈스케3가 끝난 지금, 전작의 성과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만족한다. 이번 시즌 제작진이 세운 키워드는 ‘도전’이었다. 시즌2를 답습하는, 후렴구 같은 방송은 안 만들려고 했다. 예선에서 그룹 참가자 팀원들이 ‘찢어지지’ 않게 배려하고 결선에 ‘드라마’ 형식을 넣었던 게 대표적 예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씨앗을 뿌렸다고 생각한다.”
-시청률이 시즌2 수준에 못 미치면서 열기가 덜했다는 평가도 있다.
“TV 시청률만으로 평가할 건 아닌 거 같다. 참가자들이 부른 노래는 음원차트를 휩쓸었고, 유튜브 같은 곳에서 슈스케 동영상 조회수를 보면 지난해보다 훨씬 많다. 케이블 채널이 기록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고 생각한다.”
슈스케3는 우승팀인 울랄라세션을 위한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도 꿈을 노래하는 리더 임윤택(31)과 그를 따르는 동생들. 이들이 만드는 드라마틱한 순간들은 매주 보는 이들의 코끝을 시큰하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임윤택씨가 처한 상황을 최종예선인 ‘슈퍼위크’ 때 알았다. 하지만 제작진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건데, 뒤늦게 임윤택의 병세를 방송에 내보낸 이유가 있나.
“저희야 물론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지역예선 때도 관련 내용으로 인터뷰까지 했다. 그런데 윤택씨가 방송에 내보내지 말라고 부탁했다. 할머니한테 자신의 암 투병 사실을 안 알렸다는 게 이유였다. 슈퍼위크 녹화가 끝난 뒤에야 할머니께 말씀드렸으니 방송에 내보내도 괜찮다고 하더라.”
-고민이 많았을 거 같다.
“윤택씨는 특별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참가자들과 같이 합숙하지 말고 집에서 ‘출퇴근’ 하라고 부탁도 했었다. 그런데 본인이 극구 사양하더라. 그나마 절충한 게 금요일 방송 끝나면 월요일 저녁까지 집에서 쉬게 하는 거였다. 그런데 윤택씨는 금요일에서 월요일까지 그 4일 동안도 집에서 매일 2시간 밖에 안 자면서 무대를 연구했다. 정말 할 말이 없더라. 오죽했으면 저희가 의사한테 제발 윤택씨가 강제로라도 쉬게 금∼월요일은 입원 시켜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울랄라세션이 우승한 가장 큰 이유는 뭐였다고 생각하나.
“가장 절실한 친구가 맨 마지막까지 남는 게 오디션이다. 생방송이 거듭되면 모두가 지친다. 매주 힘든 미션을 받아 수행해내야 하지 않나. 이런 상황을 이겨내는 건 절실함 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서 울랄라세션이 가진 절실함이 다른 참가자에 비해 좀 더 컸던 것 같다.”
뜨거웠던 관심만큼이나 슈스케3는 방송 내내 숱한 화제를 낳았다. 특히 ‘악마의 편집’으로 통하는 ‘편집 조작’ 논란이 불거지면서 슈스케3는 지탄을 받았다. ‘톱10’에 오른 예리밴드가 숙소를 무단이탈한 뒤 “조작을 편집 기술로 미화”한다고 비판하자 제작진과 예리밴드 간에는 진실게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준우승을 차지한 버스커 버스커가 결승전이 끝난 뒤인 14일 방송사측이 준비한 일정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그룹 정체성이나 음악 활동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활동 중단을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악마의 편집’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다.
“예리밴드가 이탈하면서 비난이 쏟아질 땐 많이 힘들었다. 저희는 비난을 받아도 좋지만 남은 참가자들한테 피해가 갈까봐 노심초사했다. 그 친구들은 프로그램 인기에 탄력을 받아 데뷔까지 해야 하는 친구들 아니냐. 저희가 행여 이 친구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될까봐 걱정을 많이 했다.”
-‘예리밴드 사태’의 진실은 뭔가.
“슈스케3는 14부작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되 과감하게 쳐낼 건 쳐내서 콤팩트하게 만들어야 한다. 예리밴드 사태의 진실은 당사자들이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나가기 전에 저희랑 좀 더 깊이 상의를 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안타까움은 있다. 개인적으로는 예리밴드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버스커 버스커의 활동 중단은 어떻게 된 일인가.
“버스커 버스커는 슈스케 출전을 앞두고 급조된 팀이다. (리더인) 장범준씨를 빼면 나머지 두 사람은 음악으로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슈스케3에 도전한 게 아니었다. 그냥 음악이 좋아서 참가한 거였다. 그런데 준우승까지 해버렸다. 고민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저는 이들의 이런 태도를 굉장히 좋게 생각한다. 회사 역시 버스커 버스커의 의사를 존중하고 있다.”
방송가를 대표하는 ‘스타 PD’ 중 한 명인 김 CP는 최근 슈스케가 아닌 다른 이유로 유명세를 탔다. 장안에 화제를 일으키는 ‘나는 꼼수다(나꼼수)’ 김용민(37) PD가 그의 친형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형님’이 더 유명한 것 같다.
“주변 사람들한테도 슈스케보다는 나꼼수 얘기를 더 많이 듣는다. 형은 어릴 때부터 시사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신문 사설을 읽었다. 그런데 다른 공부는 못했다(웃음).”
이날 만남에서 그는 “저를 뺀 나머지 제작진들도 정말 고생했다” “슈스케는 시청률 때문에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리고 “슈스케4 연출은 절대 안 맡을 것”이라고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내년 이맘때 그는 또다시 뿌듯함이 스민 얼굴로 슈스케4를 끝낸 뒤 언론과 인터뷰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슈스케 시리즈를 그보다 더 잘 만들어낼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